하반기 중국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 중국 관련주로 주목받았던 중국 관련 소비주들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상태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 경기와 주가가 비슷한 흐름을 보였던 철강·화학주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의외의 역전현상 뒤에 '유럽 경기 회복'이라는 호재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유럽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중국 관련주'에서 '유럽 관련주'로 옮겨 타고 있는 화학·철강업종 외에 전통적인 '유럽 경기 상승 수혜주'인 조선 업종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럽 경기회복에 조선주 강세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7월 이후 15.8%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이 10% 이상 상승했고, 삼성중공업도 7% 가까이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0.8%)을 훨씬 웃돈다. 조선주는 유럽 경기 회복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면 유럽 금융회사들의 선박금융 투자가 늘어나고 이것이 선박 신규 수주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 업체들은 지난 2011년 유럽 재정 위기가 불거지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높아질수록 조선업종의 신규 수주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데 지난 7월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50.3으로 전달 48.8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지수가 50을 넘은 것은 지난 2011년 7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유럽 경기회복과 더불어 실제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량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조선소의 선박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4% 늘었고, 수주금액 역시 22.8% 증가했다.

◇화학·철강주 이제는 유럽 관련주

그동안 중국 관련주로만 알려져 왔던 화학 철강업종도 유럽 경기 회복에 영향을 받고 있다. LG화학은 7월 이후 12.1% 올랐고, 롯데케미칼은 23.7%, 금호석유는 13.5% 상승했다. 국내 대표 철강주인 포스코가 8.5%, 현대제철 역시 11% 넘게 올랐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에이블씨엔씨, 빙그레 등 다른 중국 소비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강세를 기록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화학·철강 업체들이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도 유럽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정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석유화학 제품의 대(對)유럽(EU) 수출 증가율은 17.1%로 중국(3.1%), 일본(3.1%) 등 다른 주요 수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철강 역시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 중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상반기 수출이 크게 늘어난 업종으로 꼽힌다. 박재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의 업황 둔화를 유럽, 중남미 수출 확대로 극복하고 있다"며 "2015년까지는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석유화학 제품 수입 수요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경기 회복세 지속될 것"

유럽 경기 회복 관련주들에 대한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난 2년여 동안 재정 위기 여파로 경기가 바닥을 찍은 만큼 경기 회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구매관리자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심리지표가 개선된 데 이어 3분기 산업 생산 등 실물지표도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각 기업의 상황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황 회복 기조가 확인되더라도 실제 기업의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여건을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