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항생제조차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의 새로운 유형이 최근 인도에서 처음 국내 유입돼 병원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아직 사망과 같은 특별한 감염 피해가 없다며 지켜볼 뿐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13개 병원의 환자 63명에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가운데 '옥사(OXA)-232'이란 유전형이 국내 처음으로 발견됐다.

CRE는 장 속 세균 중에서도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 즉, 저항능력을 가진 균을 말한다. 카바페넴 계열은 가장 나중에 사용하는 강력한 항생제로 여기에 내성을 가진 균은 치료가 매우 어렵다.

특히 CRE 중에서도 이번에 발견된 옥사-232 유형은 항생제 분해 효소를 직접 만드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으로 분류돼 더 위험하다.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를 직접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항생제 내성균 6종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 뒤 매년 600여건의 CRE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옥사-232 유형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에서도 드물어 우리처럼 인도에서 프랑스에 유입된 사례가 유일하다.

이 가운데 보건당국은 대변에서 옥사-232 균이 배출된 63명 환자의 병원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격리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실제 전파가 알려진 것보다 많고 사실상 파악이 어려운데 있다. 보건당국이 발표한 환자 수는 일부 병원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여서 지역사회를 통한 전파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CRE는 일반적인 장내세균과 마찬가지로 손 등에 묻었다가 음식물로 전파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병원에서 발견된 CRE 환자는 격리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는 이미 너무 퍼졌고, 모든 보균자를 격리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선 병원에 항생제를 적게 쓰라고 권하는 것 외에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이번 유전형은 한국인 A씨를 통해 지난 3월쯤 인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 중 화상을 입은 A씨는 현지 병원에서 치료 받은 뒤 국내 B병원과 C병원으로 잇따라 옮겨졌다. 보건당국은 이 과정에서 접촉한 이들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기존에 국내 존재하는 CRE와 유전형이 다를 뿐, 위해 가능성은 동일하다"며 "아직까지는 장에서 이 균을 배출한 이들을 확인했을 뿐, 감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치료가 어려운 균을 갖고 있긴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공중보건학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CRE는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등에 침투하면 폐렴, 패혈증, 요로감염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처럼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을 신종감염병과 함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