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액면가 보다 낮은 가격이나 액면가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액면가 보다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떨어진 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화손보, 두산건설 액면가 미만 증자

한화손해보험(000370)은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오는 9월 1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한 승인을 얻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액면가(5000원) 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키로 한 것. 일반적인 유상증자의 경우 이사회의 결의로 실시할 수 있지만 액면가 미만 유상증자는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지난 4월 두산건설은 액면가 5000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340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액면가의 반값에 총 1억6666만6667주를 발행해 3900억원을 조달했다. 두산캐피탈도 올해초 7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액면가 미만 발행을 검토했었다.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 골든나래리츠는 4월 액면가인 주당 500원에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총 199만9999주 모집에 나선바 있고, 금호종금은 3월에 액면가 500원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지난 1월엔 에넥스(011090)가 액면가 500원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액면가 이하 증자하는 까닭은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액면가 보다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에 증자를 하면 주식발행초과금이란 명목으로 자본잉여금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잉여금은 자본금(액면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한 금액)에 포함되지 않고 자본총계에만 포함되기 때문에 자본잠식(자본총계가 자본금 보다 적은 상태)을 해소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결손 보전에도 사용된다.

기업들이 이 같은 실익을 포기하고 액면가 이하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유는 주가하락 때문이다. 주가가 액면가에 근접했거나 더 낮을 경우 신주 발행가를 낮춰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공시 시점의 주가가 액면가인 5000원에 근접한 상태였고, 공시 이후 30일엔 47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액면가 아래로 떨어졌다. 두산건설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액면가 절반 수준인 2000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골든나래리츠, 금호종금, 에넥스 역시 유상증자 결정 당시 주가가 액면가 보다 낮았다.

유상증자 성공여부 불투명

고육지책으로 발행가를 낮춰 잡더라도 증자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가가 액면가나 그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더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받으려는 투자자는 드물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의 경우 발행예정 주식수가 1억6666만6667주였으나 81.8%(1억3639만9475주)만 청약이 이뤄졌다. 나머지 실권주는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떠안았다. 에넥스는 총 915만6759주를 공모했지만 청약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13%(367만4400주)에 머물렀고, 골든나래리츠의 경우 1주도 청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액면가 이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들의 경우 주가가 낮기 때문에 일반 주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쉽지 않다"며 "주요 주주인 계열사들이 해당 기업의 신주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