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스퀘어 빌딩(옛 대우빌딩) 지하 1층. 하루 유동인구 40만명에 달하는 서울역과 도로 하나를 건너 마주하고 있는 곳이지만, 직장인들의 점심식사가 시작될 무렵인 오전 11시 30분에도 빌딩 지하 상가 일대는 적막할 정도로 한산했다. 식당들이 몰려 있는 100m 남짓한 복도를 오갔지만 눈에 띈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하 상가 중앙에 있는 33㎡ 남짓한 한 식당을 찾았다. 상권 취재 중인 기자라고 밝히자 주인 김모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손님이 워낙 없다 보니 전기료라도 아껴보려고 점심 때가 끝나면 아예 3시간 정도 문을 닫아 놓는다"고 말했다. 실제 앉아있는 30분 동안 이곳을 찾는 손님은 고작 2명이 전부였다.
서울스퀘어는 1974년 교통회관으로 짓던 것을 대우그룹이 인수해 1977년 완공한 빌딩이다. 지하 2층, 지상 23층에 연면적 13만2806㎡로, 축구장(7140㎡) 19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이 부도를 맡으면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했다가 6개월 만에 모건스탠리가 9600억원에 인수해 리모델링 한 뒤 '서울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다.
현재 건물 소유와 관리를 맡고 있는 케이알원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이하 케이알원리츠) 관계자에 따르면 지상 3~23층 서울스퀘어 업무 공간의 공실률은 4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건물의 공실률이 높은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꼽고 있다. 현재 서울스퀘어 오피스의 3.3㎡당 임대료는 월평균 1만9000~12만원 수준이다. 서울 도심 일대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삼성화재 본사(13만3000원)가 가장 비싸며, 을지로 롯데빌딩(12만6000원), 회현동 스테이트타워 남산(12만2000원)에 이어 4위다.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서울 도심권에 오피스가 과잉 공급된 것도 원인이다. 실제 서울 도심권인 을지로와 광화문 일대에 대형 신축빌딩이 잇따라 준공되고 있다. 올해에만 종로구 청진구역 제5지구에 23층짜리 스테이트타워 광화문이 지어지며, 중구 N타워(27층), 종로구 도렴구역 제24지구(22층) 등 프라임급 빌딩이 속속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 빌딩투자 전문가는 "서울스퀘어 같이 리모델링한 오피스는 신축 건물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도심권에 대형 새 오피스 빌딩이 대거 공급되면서 임차인들을 채워 넣기가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빌딩 공실이 상권 침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건물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에 있는 상가 입주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곳 상가 점주들은 항의 차원에서 인쇄물을 제작해 가게 유리에 붙였다. 이들은 인쇄물에 '살인적인 임대료와 관리비' '매년 5%씩 임대료+관리비+보증금 인상' 등 관리업체와의 과도한 계약 내용에 대한 불만을 담았다.
지하 1층에서 전통차 전문점 오가다를 운영하는 이정훈 사장은 "2011년 12월에 계약을 하고 가게에 들어왔는데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하나 둘 건물에서 떠나기 시작하면서 바로 그 다음 달부터 매출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들 임차인이 입점할 당시만 하더라도 LG전자(066570)와 함께 LG이노텍(011070), SK텔레시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방송통신대학교, 독일문화원, 우리은행, 대우증권 PB센터 등이 입주해 있었지만, 이 중 절반 정도가 이미 빠져나갔다. 특히 서울스퀘어에 입주해있던 LG전자가 여의도 쌍둥이빌딩 리모델링이 완료돼 복귀하면서 공실률 증가가 커졌다.
올해 3월에는 이 일대 상가 임대인 10명이 빌딩 자산관리를 맡은 케이알원리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곳 상가번영회를 맡은 양동원 회장은 "처음 계약 시 구두 상으로 상주인구 8000명과 주변 유동인구를 포함해 1만5000명이 다녀간다고 홍보했지만, 지금은 상주인구가 2000명에 그치고 외부 유입객도 그리 많지 않다"며 "낮은 공실률로 상가 입주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관계자는 "우량 테넌트(임차인) 위주로 입주시키기 위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도록 처음부터 입주 기준을 높여 놓았던 것이 공실률이 올라간 원인이 됐다"며 "그러다 보니 지하 식당가도 고급 식당 위주로 들어서게 되고, 불경기와 함께 자연스레 (서울스퀘어는)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케이알원리츠 관계자는 "원래 업무시설 대부분이 차 있었는데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나빠지고 주요 임차인들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2011년 말부터 공실률이 40%까지 올라갔다"며 "임대를 채우기 위해 기업을 상대로 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실이 늘어나면서 케이알원리츠의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이 리츠의 당기순손실은 2011년 330억원에서 지난해 511억원으로 6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임대수익도 448억원에서 335억원으로 급감해 영업이익도 360억원에서 235억원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