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重慶)직할시는 '중국 서부의 디트로이트'로 통한다. 지난해 이곳에 있는 7개 완성차 업체는 총 196만3000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상하이(202만4000대), 지린(吉林)성(197만6000대)에 이어 중국 내 3위지만, 그 격차는 근소하다. 오는 2015년에는 300만대 생산 목표를 세워 중국 내 1위 자동차 도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자동차 공장의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결코 허황되지 않은 수치이다.
충칭 자동차 산업의 터줏대감인 창안(長安)포드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35만대 규모의 제3공장을 짓고 있고, 창안스즈끼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착공했다. 상하이GM우링, 베이징인샹(北京銀翔) 등 다른 지역 자동차메이커들도 이곳에 10만~2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충칭에 중국 내 네 번째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 서부의 디트로이트' 충칭
완성차 업체들이 충칭으로 몰리는 데는 한 자릿수대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동부 연안 지역과 달리, 중국 서부 지역은 연간 경제 성장률이 11~13%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 내구성 소비재의 소비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충칭을 비롯한 서부 지역은 중국 전체 국토의 71.4%를 차지하고 있는 광활한 지역이다. 반면, 경제 규모와 인구 비중은 각각 20%와 23%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발 잠재력이 크다.
중국 정부는 2000년부터 이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개발에 착수했다. 동·남부 연안에 비해 낙후한 이 지역을 개발해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내수 기반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서부는 2000년대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6.73%에 이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도로·철도 등 기초시설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가 대대적인 재정 투자를 진행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런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동부 연안과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고 중국 국내외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지 않았다. 크게 개선됐다지만 동·남부 연안에 비해 여전히 물류 환경이 좋지 않고,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도 적었던 탓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 투자 러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런 중국 서부에 큰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4조 위안(약 360조원)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중·서부 지역에 쏟아부었다. 동부에서는 이미 사라진 외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 등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파격적인 유인책도 폈다. 지속적인 고도성장으로 이 지역 자체 내수 기반도 크게 확대됐다.
여건이 바뀌자 중국 내 외자기업들은 이곳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후지쯔, 인텔, 보쉬렉스로스 등이 2000년대 말 잇달아 동부 연안에서 서부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바스프, 일본 도요타, 미국 휴렛팩커드와 델 등도 최근 2~3년 사이에 서부 지역에 공장을 차렸다. 중국 서부지역은 2010년 이후 외국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매년 200억달러 전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중국 동·남부 연안에 불어닥친 '민궁황(民工荒)'이라는 대규모 인력난도 기업들의 서부 진출을 촉진하고 있는 요인이다. 중·서부 내륙 개발이 본격화되자, 이 지역 출신의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들이 더 이상 동·남부 연안으로 오지 않고 고향 인근 도시에 정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광둥성은 수년째 부족 인력이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결국 상당수 기업이 인력을 찾아 서부로 이전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도 진출에 속도 내
서방 기업에 비해 서부 진출이 늦었던 우리 기업들도 이 지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기업의 서부 진출은 '서부 3각 경제벨트'로 불리는 충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등지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총 70억달러가 투입되는 첨단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시안에 짓고 있다. 중국 내 외자기업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이다. LG상사는 농산물 폐기물을 활용한 바이오매스(Biomass) 발전소 합작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메카인 충칭에는 자동차·철강·화학 분야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2007년 충칭에 철강가공센터를 설립하면서 서부에 진출한 포스코는 충칭강철과 함께 총 20억달러가량이 투자되는 파이넥스(FINEX)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SK는 리튬전지용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고, 부탄디올(BDO) 합작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하반기 충칭에 타이어 생산공장 1기를 완공했고, 추가 생산설비 착공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쓰촨성 청두와 가까운 쯔양(資陽)시에 총 36억위안이 투자되는 상용차 공장을 착공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민영 코트라 충칭무역관장은 "충칭을 비롯한 중국 서부 지역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급증하면서 내수 기반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면서 "동부에 비해 값싼 토지와 정책 혜택 등도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