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정부가 취득세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주택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거래가 활발해지고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번지는 것. 반면 취득세 인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당장에는 '거래 절벽' 현상이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취득세 법안 처리를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득세율 인하 논의를 중단하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거래 절벽'과 전세난 가중 우려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이 나오고 나서도 일선 공인중개사무소는 한산했다. 여름철 비수기에 이제는 취득세가 내려가길 기다리겠다는 수요자들 심리가 겹쳐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 공황'에까지 이르렀다는 푸념이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사무소는 "그나마 있던 (매매)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지난달로 취득세 일시 감면이 끝나자 7월 들어 하루 평균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전달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취득세 인하 방침까지 알려지자 매수 세력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단지 상가 중개사무소 외벽에 전세 매물을 소개하는 광고지가 촘촘하게 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인하가 실제로 발효되기 전까지는 일시적으로 거래가 얼어붙고 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취득세 인하 조치가 국회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거래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당초 법률 통과 소요 기간을 감안해 내년 초로 예상했던 취득세 인하 시점을 올 9~10월로 당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거래 절벽' 현상을 조기에 종료시키고, 3분기(7~9월)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취득세 인하에 따라 재정에 타격을 입는 지자체 지원 대책만 합의가 이뤄지면 인하 시기를 앞당기는 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심화하는 '전세난'도 취득세 인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전망. 전세 대신 매매로 나서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취득세 감면을 노리고 매매 시기를 미룬 뒤 전세에 눌러앉으면서 '전세 품귀(品貴) 현상'이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비수기로 접어든 6~7월에도 0.9% 뛰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0.1% 하락한 것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해태아파트 전용면적 59.91㎡ 전세는 이 기간에 50% 뛰기도 했다.

◇인하 이후 거래 안정화·집값 상승 기대

부동산 전문가들은 취득세 인하가 거래를 활성화하고 단기적으로 집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취득세를 또 내리느니 마느니 반복되던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거래가 안정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내 집 마련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취득세율이 낮아지면 결국 줄어든 거래 비용(취득세) 일부가 집값에 반영되면서 사실상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꾸준히 오르는 전세금이 조만간 매매 거래를 활성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현재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8개 구 아파트 전세가가 매매가의 60%를 넘은 상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돈을 좀 더 보태 집을 사러 나선다"는 속설에 따라, 이 추세가 이어지면 매매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동산써브 조사에 따르면 7월 현재 서울 아파트 119만7526가구 평균 전세가는 2억7706만원으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평균 매매가 2억8013만원과 비교하면 99% 수준에 달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6월 현재 56.7%인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올가을이나 내년 봄에는 본격적으로 매매가 늘어나면서 반전(反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호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

이번 취득세 인하 조치로 장기 침체를 겪는 부동산 시장이 과거와 같은 호황을 재현할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구·광주·경북·전남 등에서는 전세가율이 70%를 넘었지만, 대구를 빼고는 매매가 부진한 데다 이미 주택보급률이 높고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심리가 약해 전체적으로는 취득세 인하 효과도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라 '버블 세븐' 시대처럼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우희 저스트알 대표는 "취득세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안 사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결국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외국처럼 양도세를 대폭 낮추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