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인공지능을 개발해 온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지능의 보고(寶庫)인 인간 뇌에 관해서도 깊이 연구했다.

―우리 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요.

"생각은 뇌의 80%를 차지하는 신피질(neocortex)에서 이뤄집니다. 신피질은 패턴을 읽고 기억하는 약 3억개의 모듈로 구성됐는데, 우리가 배우고 경험하는 기억이 각각의 모듈에 저장되고 그 총합이 곧 지능이죠.

그런데 20세쯤 되면 인간은 신피질의 3억개 모듈을 모두 사용해요. 스무살이 넘어서부터는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 기존의 기억을 하나씩 지워가야 하는 거죠. 우리 뇌의 모듈이 3억개가 아닌 30억, 300억개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뇌를 클라우드에 연결해 인조 신피질을 늘리고 두개골이란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2045년 특이점 이후엔 이 기술도 가능해집니다."

―천재와 일반인은 뇌 용량의 차이가 있나요.

"뇌 용량은 공평합니다. 모든 인간의 뇌는 양적으로 거의 비슷한 부피고, 대부분 사람이 신피질 모듈을 전부 다 활용해요. 앞서 언급했듯 20세가 되면 용량이 꽉 차죠.

문제는 3억개의 모듈이 저마다 다른 것을 저장한 게 아니고 같은 것을 중복 저장한 것도 많다는 겁니다. 사람마다 기억력과 지능의 차이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에요. 명석하고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모듈 간 정보의 중복이나 모순이 적습니다. 유한(有限)한 뇌를 비슷한 정보로 채우거나 서로 상반되는 것들로 채운다면 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셈이죠.

뇌를 하나의 사회로 가정한다면 각 모듈은 사회 구성원입니다. 구성원들이 매번 싸움만 반복하거나, 모두 똑같아서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없다면 그 사회에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아직 뇌 용량을 다 채우지 않은 어린이가 어떤 환경·정보에 노출되는지가 그래서 중요하죠. 어릴 때는 뇌에 주입되는 관념, 개념, 정보가 신피질의 공간을 무섭게 채워가니까요.

어떤 사람은 과학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데, 유한한 모듈을 해당 분야에 대한 정보로 채워 넣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은 신피질 모듈의 대부분을 음악으로 채웠고,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으로 채웠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