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2004년 해외에 'NHN글로벌'(자회사)을 세웠다.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만든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다. NHN은 이 회사가 투자하는 형식을 통해 중국에 게임포털 '아워게임'을 세우고, 총 118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네이버 매출(2300억원)의 절반을 넘는 큰 규모의 투자였다. 하지만 아워게임이 매년 적자를 되풀이하자 결국 지분을 팔고 철수했다. 업계에선 1000억원 안팎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이 정도 투자 실패를 봤다면 경영진 문책은 당연한 수순이다. 매출 9조3000억여원(2012년)인 GS건설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 손실 5354억원에 대한 경영 책임을 지고, 오너 경영인인 허명수 사장이 지난 6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NHN 이사회는 NHN글로벌 대표이사에게 어떤 문책도 하지 않았다. NHN글로벌 대표이사는 NHN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이면서 현재 이사회 의장인 이해진<사진>씨다. 그는 막대한 투자 손실에도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NHN 경영 전반을 좌지우지하며 막강한 권한을 누리고 있다. IT업계 일각에서 그에 대해 "1970~80년대 재벌 총수들처럼 '황제 경영'을 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분 4.6%로 네이버 좌지우지
이해진 의장이 보유한 NHN 지분은 4.64%다. 이 지분으로 NHN과 52개 계열사를 포함한 '네이버 왕국'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다. 재벌 그룹 총수들이 1% 남짓한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 20~30% 이상 지분율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그가 적은 지분율로 NHN과 계열사를 지배하는 비결이 뭘까. 자사주(自社株)에 답이 있다. 2005년 이후 8년간 NHN은 회사 돈 1조1194억원으로 자사주를 샀다. 벤처기업이면서도 새 영역의 투자보다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돈을 썼다. 이 자사주(9.55%)는 고스란히 이 의장의 우호지분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 2대 주주인 이준호 NHN 최고운영책임자(3.74%)와 연대를 통해 지분율을 19% 확보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8.87% 지분을 갖고 있지만, 재무적 투자자일 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소액주주 비율이 62%에 달하지만 잘게 분산돼 있어 경영 참여나 견제가 어렵다. 이 때문에 4.64% 지분으로도 이 의장이 NHN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무한 권력에 책임은 전무
NHN에서 이 의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지난해 이 의장이 "NHN을 '동네 조기 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한마디 했다. 그 직후 NHN은 동호회 지원비와 출퇴근 버스를 없앴다. 심지어 일과 시간에 직원들에게 주던 과일도 사라졌다. 그는 글로벌인사위원회 위원장 겸 임원인사위원회 위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NHN과 계열사 인사도 좌우하고 있다.
분명한 건 그가 NHN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는 점. 그의 공식 직함은 이사회 의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일 뿐이다. 경영 책임을 지고, 회사를 대외적으로 이끄는 법적 대표이사는 김상헌(50) 사장이다. 김 사장은 서울대(법대)와 하버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법조인이다. 서울지법 판사였던 1996년 LG에 영입돼 구조조정본부·법무팀에서 11년간 일하다, 2007년 NHN으로 옮긴 뒤 2년 만에 CEO가 됐다.
기업에서 대표이사는 경영상 책임이 가장 무겁다. 회사 위법행위에 대해 형사책임까지 져야 할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이 의장은 NHN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2002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받은 적이 있다. 강남경찰서는 당시 네이버가 성인만화·음란사진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받았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2004년 1월 이 의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상 실권(實權)은 김상헌 대표이사 사장이 아니라 이 의장이 쥐고 있다. 네이버의 이런 경영 체제 때문에 IT업계에서 "이 의장이 권한은 다 누리면서, 법조인 출신 대표이사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HN 채선주 홍보실장(이사)은 "(오너) 지분이 적으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오히려 더 투명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경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