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IT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자동차를 선택, 기술 개발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구글·애플이 구글카와 애플카를 준비 중이고, 인텔·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자동차용 CPU와 운영체제를 주요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LG전자가 지난 1일 자동차 부품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주요 IT 기업들이 일제히 스마트카(Smart Car)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미래 찾는 IT기업들

애플은 지난달 10일 차량용 운영체제(iOS in the car)를 발표했다. 2014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 운영체제를 사용하면 차와 대화가 가능하다. 말만 하면 운전 중 받은 문자 메시지를 읽어주고, 원하는 음악을 튼다. 목적지를 말하면 길 안내를 해 주는 것은 기본. 애플 에디 큐 수석부사장은 "현대차·혼다·닛산·벤츠·BMW 등 12개 자동차 제조업체가 2015년까지 한 종류 이상의 애플카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10여대의 무인 자동차를 운영 중이다. 작년 8월 구글은 무인차로 48만㎞를 시험주행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고는 단 1건. 그 사고도 신호대기 중이던 무인차를 사람이 운전하던 차가 실수로 받은 것이다. 구글의 목표는 2017년 이전 무인차 상용화다.

구글이 시험운행 중인 무인 자동차(왼쪽)는 비디오 카메라와 레이저를 이용해 스스로 운전을 한다. 애플은 지난 6월 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대회를 열고 자동차용 운영체제(iOS in the Car)를 발표했다. 애플 에디 큐 부사장이 새 운영체제(iOS7)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이 요즘 가장 신경 쓰는 고객은 현대기아차다. 이 사장은 "기아차 K9에는 인텔의 노트북용 CPU가 들어갔다"며 "K9은 움직이는 컴퓨터"라고 말했다.

주요 IT 기업들이 스마트카 개발에 주력하는 건 현재의 IT시장 상황 때문이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의 경우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고, PC 시장은 규모가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분기 전 세계 PC 판매량이 작년보다 10.9% 감소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세계 1위 CPU 업체인 인텔은 신수종 사업이 절실하다. 인텔은 현대차뿐 아니라 독일 벤츠와 BMW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In-Vehicle Infotainment)을 공급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이희성 사장은 "지금은 일부 고가 차량에만 CPU가 들어가지만 곧 모든 차량에 CPU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뿐 아니라 PC 시장의 강자들도 속속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CPU가 들어갔다는 것은 자동차에 운영체제가 깔렸다는 의미다. 운영체제(OS)가 없는 CPU는 쇠와 실리콘 덩어리에 불과하다. K9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모바일용 운영체제 윈도CE가 들어가 있다. PC 시대의 최강 커플 인텔과 MS가 같은 차 안에 동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IT업체도 자동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1일 자동차 부품 사업본부를 신설한 LG전자는 앞으로 전기차용 모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통신업계도 자동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팬택도 작년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신규사업본부를 설립했다.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자동차 쪽에서 생길 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5년 스마트카 시장의 원년"

스마트카 시장의 원년(元年)은 2015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2015년까지 역내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에 '자동긴급구난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안을 6월 발의했다. 사고가 나면 차가 스스로 전화해 사고 시간·장소·운행정보를 전송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모든 차에 스마트폰이 들어가는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도 향후 차량 긴급구난시스템 설치 의무화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분석 기관들은 IT와 자동차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 파이퍼 제프리(Piper Jaffray)는 지난 11일 스마트카의 일종인 무인자동차에 대해 "2020년 이전에 시장 규모가 22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