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릉~~ 부르릉~~ 우두두두."
지난 6일(현지시각) 새벽 인구 2만명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독일 가미쉬(Garmisch). 지축을 흔드는 중저음의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고요함을 깼다. 먼 곳에서 러시아 국기를 휘날리며 마을로 들어오는 모터사이클 한 대가 보였다. 운전자는 기분이 좋은 지 연방 손을 흔들며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어 30여대는 넘어 보이는 모터사이클 행렬이 뒤따라 지나갔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총 2400km 구간을 모터사이클로 달려온 사람들. 잠시 뒤 이들이 모인 국제 동계올림픽 경기장에는 BMW 모터사이클이 가득 차 있는 장관이 연출됐다.
◆ 세계 각지에서 온 5만명이 한자리에
BMW의 모터사이클 축제인 '제13회 모토라드 데이즈'가 6~7일 독일 뮌헨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인 가미쉬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대만, 우크라이나,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 약 5만명의 사람이 참가했다.
BMW는 올해 BMW모토라드 설립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 규모를 이전보다 2배 이상 키웠다. 이 날 행사장에는 90주년 기념 모델 'BMW 콘셉트 90'도 전시됐다. 모토라드의 아이콘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R90S'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 모터사이클의 실물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MW는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행사를 준비했다. 자신의 모터사이클이나 현지에 비치된 모터사이클로 오프로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엔듀로 파크'가 대표적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X모터사이클'(나무나 장애물을 넘는 모터사이클) 체험공간을 비롯해 자전거 교통안전 교육을 받는 어린이 체험장도 있었다.
행사장에는 모터사이클과 관련한 부품, 액세서리, 기념품, 투어 여행사 등을 다루는 여러 기업의 홍보관도 마련돼 유럽의 모터사이클 산업 규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날 가장 인기가 많았던 행사는 세계 스턴트 챔피언십에서 4관왕을 차지한 BMW모토라드 전속 스턴트맨 크리스 파이퍼의 스턴트 쇼였다. 약 3000여명의 사람이 둘러싼 공터에서 파이퍼는 스턴트를 위해 개조된 F800R을 이용해 묘기를 펼쳤다. '윌리(앞바퀴를 들고 달리는 주행법)'를 시연할 때는 관람객들의 환호 소리가 행사장에 가득 찼다.
벤자민 보스 BMW 그룹 홍보담당 매니저는 "가미쉬는 BMW 모터사이클 고객에게 성지(聖地)와 같은 존재"이라며 "이 곳에 오면 유럽의 모터사이클 산업과 문화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평균나이 35살, 클래식 바이크 구경하는 재미 쏠쏠
이번 행사는 90주년 기념답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BMW 클래식 모터사이클들이 총출동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타고 온 클래식 모터사이클을 자랑하며 퍼레이드를 펼쳤다. 클래식 모터사이클을 대상으로 100m를 달려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을 뽑는 '클래식 드래그 레이스'도 열리며 행사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러시아 참가자인 세르게이 카뮈로프(53)씨는 "가미쉬에 오기 위해 3일 밤낮을 달려서 왔다"며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를 즐기고,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날 BMW모토라드 역시 클래식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하고, BMW 최초의 모터사이클 'R32'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세계 대전 이후의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해, 더는 비행기 엔진을 제조할 수 없었던 BMW에게 회생의 기회를 제공했던 모델이다.
R32는 지난 1923년 베를린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수평 대향 2기통의 박서 엔진을 장착해, 모터사이클 기술의 세대를 한 단계 뛰어넘었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박서 엔진을 채택한 것은 자동차에서조차 메르세데스 벤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BMW는 오래된 자동차는 물론, 클래식 모터사이클의 유지·관리를 위해 'BMW 클래식'이라는 별도의 조직도 꾸렸다. 이 부서에서는 전 세계 BMW 클래식 모터사이클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생산해주고, 수리를 지원하기도 한다. 30년이 넘은 모터사이클을 계속 타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조직 덕분이다.
◆ 모터사이클 업계, 고객을 통(通)하라.
최근 모터사이클 시장의 침체로, 프리미엄 모터사이클 업계는 사활(死活)을 건 커뮤니티 마케팅(행사나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과 고객 간의 접점을 마련해주는 마케팅 방식)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장 침체로 기존 고객의 충성도 강화와 신규 고객 유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커뮤니티 마케팅이 판매에 직결되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프리미엄 모터사이클로 손꼽히는 브랜드는 BMW모토라드, 할리데이비슨, 두가티 등이 있다. BMW의 '모토라드 데이'를 비롯해 할리 데이비드슨의 '할리 데이즈', 최근 아우디에 인수된 '월드 두카티 위크(WDW)'가 대표적인 사례다.
BMW모토라드는 축제뿐 아니라, 지역 단위의 커뮤니티 행사를 지원하면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고객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모터사이클을 구입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쉽게 동호회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은 판매가 줄어드는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BMW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글로벌 모터사이클 시장은 지난 2006년 약 600만대에서 지난해 250만대로 7년 만에 절반 넘게 축소됐다. 특히 지난 90년대 모터사이클 시장을 주도했던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 등 일본 업체들의 경우, 지난해에도 판매가 10% 이상 감소하는 등 급격한 판매 감소를 겪고 있다.
BMW모토라드는 매년 2~3%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서의 판매가 10% 이상 늘었다. 올해는 빅스쿠터(C600·C650GT)와 신형 1200GS시리즈가 출시되면서, 6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5만9189대)보다 9.7%가 늘어난 6만4941대를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