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금요일 낮 인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공장. 89만㎡ 공장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오전 근무조(아침 8시~오후 5시)의 작업 소리로 한창 시끄러워야 할 시간이었지만, 쉐보레 아베오·트랙스 등을 조립하는 1공장과 캡티바·말리부를 조립하는 2공장, 엔진·도장공장뿐만 아니라 연구센터와 디자인센터까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완성된 차들이 인천부두 등지로 나가기 전 거치는 출고장도 휑하게 비어 주차선만 선명하게 보였다. 일감이 없는 운반차 운전사들은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삼삼오오 공장을 빠져나가던 근로자들은 취재진에게 적개심 가득한 눈빛으로 "공장에 들어갈 수 없다. 부분파업 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공장 곳곳에는 '한국GM의 주인은 지엠 자본이 아니다. 투쟁의 깃발을 든 노동자의 것이다', '올해 임투 쟁취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붉은 휘장이 내걸렸다.
같은 시각 부산 신호동 르노삼성 공장은 사정이 더 심각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부분파업이 이날은 12시간으로 확대됐다. 하루 가동 시간 16시간 중 대부분 시간에 라인이 멈춰 선 것이다.
◇성과급 최대폭 인상 요구…치열한 夏鬪 막 올라
자동차 업계가 사상 최악의 하투(夏鬪)에 접어들 조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관세청의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기업 경영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노조마저 기업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 임금협상을 시작한 현대·기아차 노사도 "이대로는 절대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하계휴가에 접어들기 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파업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9월에 노조 지도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노조 계파끼리 선명성 경쟁을 벌이느라 더욱 거세게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상반기 국내 판매 실적이 작년보다 개선된 곳은 쌍용차뿐이지만, 갈등이 없는 곳도 쌍용차가 유일하다. 현대차(-0.8%), 기아차(-5.3%), 한국GM(-8.8%), 르노삼성(-14.2%) 등 나머지 4개 업체는 모두 마이너스 성장 했지만, 이 회사 노조원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투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1세까지 연장에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1000만원의 '기술취득지원금' 지급 조항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사측은 "사실상 '재수 지원금'을 달란 얘기"라고 했다.
◇현대차 노조 '자녀 재수 지원금' 1000만원 요구
지난해 노조가 결성된 르노삼성은 기본급 인상이 최대 쟁점이다. 그간의 판매 부진으로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더는 못 참겠다는 게 노조 입장. 4%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 측은 "작년 적자가 1720억원이었고, 한때 27만대 생산하던 공장에서 14만대를 찍어내고 있어 여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상황이 가장 복잡한 곳은 한국GM이다. '기본급 13만498원 인상과 성과급 300%+600만원 지급' 요구와는 별도로, 공장별 생산 물량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GM 본사를 향한 요구다. 군산 공장이 차세대 크루즈 생산지에서 배제됐고, 부평 공장도 앞으로 차세대 아베오나 모카(트랙스의 유럽명) 생산을 못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장 생존의 문제에 맞닥뜨렸다. 5일 하루 10시간 부분파업으로 총 18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노조 내부에서는 "가뜩이나 미국 본사에서 한국 공장의 생산비 상승 등을 거론하고 있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그들에게 명분만 제공하는 꼴"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