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줄어든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 독일차가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에 힘입어 차 값을 내린데다 현대차도 가세하면서, 나머지 자동차 업체들까지 가격 인하 공세에 동참할 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8일부터 '그랜저(3.3 셀러브리티)', 'i40(D스펙)', 'i40 살룬(D스펙)', '벨로스터(D스펙)' 등 4개 모델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할인폭은 그랜저가 100만원, 나머지는 각각 30만원씩이다.
이에 따라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가격은 기존 4093만원에서 3000만원대인 3993만원으로 내려왔다. 294마력의 직분사(GDi) 엔진, 전자제어 충격흡수장치(ECS), 19인치 알루미늄 휠 등의 옵션도 그대로 유지된다.
중형 세단 i40(D스펙)와 i40 살룬(D스펙) 모델은 가격이 3000만원·2920만원으로 각각 가격이 내렸다. 곡선구간에서 상체를 감싸주는 '스포츠 버켓시트'와 내비게이션 등 옵션 역시 기존처럼 제공한다. 벨로스터(D스펙) 모델은 2160만원에서 213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쏘나타 하이브리드·i40·i40 살룬·그랜저·싼타페·맥스크루즈 등 7개 차종에 적용되던 '썬루프' 가격을 각각 10만원씩 인하했다.
현대차가 일부 모델의 판매 가격을 할인하기로 한 것은 최근 갈수록 줄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완성차 5사의 내수 시장 판매량은 2011년 상반기 73만4707대를 정점으로 지난해 69만1246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67만2813대로 재차 줄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데다 수입차의 공세도 거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8% 감소한 32만5611대를 기록했다. 모델별로 보면 이번에 할인 대상에 포함된 i40와 벨로스터가 1년 전보다 판매량이 각각 39.3%와 41.0%씩 줄어들었다. 그랜저는 판매량이 작년 상반기 대비 0.3% 감소했다.
현대차가 제품 가격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다른 국산차와 비(非) 독일 수입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내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회사가 먼저 차 값을 내린 이상 판매량 수성을 위해서는 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 브랜드들은 이달부터 관세가 3.2%에서 1.6%로 낮아지면서 제품가를 1% 정도 하향 조정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하폭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만 소비 심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며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가만히 지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