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를 들고 있다

주유소 하나 있으면 동네에서 꽤나 있는 집안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도 이젠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예전만큼 돈벌이가 안돼 폐업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으며, 빚조차 갚지 못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주유소도 속출하고 있다. 한 블록 건너 하나씩 들어설 정도로 주유소가 많이 늘어나면서 치열해진 가격 경쟁 등으로 수익률이 낮아진 것이 원인이다.

◆ 경매장에 쏟아지는 주유소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원 경매로 나온 주유소 물건은 총 282건이다.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워낙 물건이 많이 나오는데다 고가 물건이 몰리면서 경매에 나온 물건의 총 감정가 역시 역대 최고 수준(1264억원)이다. 작년 상반기(763억원)보다 500억원 이상 늘었다.

물건은 많지만 인기는 시들하다. 2003년 상반기에는 평균 8.6대 1의 경매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입찰 경쟁률이 2.6대 1에 불과했다.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 역시 75.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05년 상반기 123.3%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2001년 이후 매년 상반기 경매로 나온 주유소 수

주유소 경매 물건은 최근 들어 수도권에서 집중되고 있다. 2011년 상반기 지방은 159건, 수도권은 39건이었다. 작년에는 지방이 134건, 수도권이 75건이었다. 올해 상반기는 지방이 162건, 수도권이 120건이다.

수도권에서 나오는 주유소의 인기는 지방보다 못한 편이다. 낙찰가율은 지방이 41.4%로 수도권(29.2%)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 너무 많은 주유소, 수익성 낮아 경매·폐업행

주유소가 이처럼 경매장에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수익률이 너무 낮아진 것이 원인이다"며 "2008년 매출 대비 이익률이 10%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3~4% 수준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주유소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사실상 거리 제한이 사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부는 주유소의 양적 팽창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유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이었다. 전국 주유소 수는 올해 5월 기준 1만2720곳이다. 국제 유가의 강세로 정유사가 공급하는 기름값은 오르는데 반해, 알뜰 주유소 등의 등장으로 기름값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업하는 주유소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문 닫은 주유소는 2011년 전국 188곳에서 2012년 219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 집계된 숫자만 165곳에 이른다.

폐업하는 주유소 수. 위에서 부터 2011년, 2012년, 2013년(상반기)

특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주유소가 경매장에 쏟아지고 있다. 안성시 죽산면에서 나온 한 주유소는 감정가가 77억원이지만 제1 금융권 담보 대출이 80억원에 이른다.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의 한 주유소는 감정가가 67억원이지만 최초 투자시 78억원을 제1금융권에서 대출 받았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유소의 경우 투자 금액이 많아 공동투자를 한 경우에는 일부 지분만 경매로 나올 수 있고 권리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며 "주유소 부속 시설인 세차장이나 주유기, 창고 등은 경매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입찰 시 꼼꼼하게 물건을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