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용 자동차 시장에서 10%를 기록한 수입차 비중이 올 상반기 12%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아우디폴크스바겐은 두 개 브랜드를 합쳐 '부동의 1위' BMW를 큰 격차로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 상반기 수입차 비중 12% 육박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올해 1~6월까지 7만4487대의 수입차가 판매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만2239대 보다 19.6% 늘어난 수준이다. 상반기 국산차(승용) 5개사 내수시장 판매량 합계가 55만2424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국내 수입차 판매량 비중은 11.88%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10%를 차지했던 수입차 비중이 12%선을 넘보고 있는 셈이다.

브랜드 별로 보면 아우디폴크스바겐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아우디는 지난해 상반기 7297대를 팔았지만 올해는 9399대를 판매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상반기 7754대에서 올해는 1만대를 돌파한 1만865대를 팔아치웠다. 두 개 브랜드를 합치면 상반기 판매량은 2만264대에 달해 단일 브랜드 1위인 BMW(1만6744대)를 가뿐히 제치는 수준이다.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는 1만1658대를 팔아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18.9%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15.76%에서 15.65%로 소폭 감소했다.

이 밖에 포드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판매량이 44.6%이 늘어난 3292대를 기록했으며, 랜드로버가 67.1% 늘어난 1365대를 판매했다. 재규어 역시 43.7% 늘어난 871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반면 일본 브랜드들은 대부분 부진했다. 도요타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판매량이 18.7% 줄어든 4331대에 그쳤으며,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24.7% 감소한 433대에 머물렀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차 비중이 66.7%로 1위를 기록했고, 일본차가 15.6%로 2위, 그 다음으로는 미국차가 7.3%로 3위를 차지했다.

◆ 하반기에도 수입차 질주 전망

하반기 역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들이 상품성이 개선된 신차들을 줄줄이 출시 대기하고 있는 반면, 국산차는 이렇다 할 예비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형 세단 시장이 뜨거울 전망이다. 벤츠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만 9896대가 팔리며 벤츠 브랜드 '베스트셀링 카'에 등극한 'E클래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출시했다. BMW 역시 지난해 1만2152대가 팔린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을 하반기 내놓는다. E클래스는 디자인과 성능이 대폭 개선됐지만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50% 인하되면서 오히려 가격을 낮췄다. 5시리즈는 아직 가격과 수입 등급(트림)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520d'보다 배기량이 작은 '518d'를 들여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젤엔진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운전자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위에서부터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폴크스바겐 골프.

여기에 폴크스바겐은 출시 전 사전예약만 600대에 달한 준중형 해치백(트렁크와 뒷유리가 일체형인 차) '골프' 7세대를 본격 출시했다. 폴크스바겐은 골프 1개 모델로만 연말까지 5000대를 판매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윤대성 KAIDA 전무는 "보수적으로 봐도 올해 연간으로 수입차가 15만대 정도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반기에 소비자들의 구미를 끌 만한 신차가 워낙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국산 신차는 위세가 많이 약하다. E클래스·5시리즈 대항마인 현대자동차'제네시스'는 연말쯤 출시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 판매량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쏘울'이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완전히 바뀐 차세대 모델이 8~9월 사이에 선보일 계획이어서 그나마 눈길을 끌 전망이다.

이 밖에 한국GM이 스파크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큰 볼륨을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아베오'·'크루즈'가 터보차저엔진을 장착한 부분변경모델 정도가 눈 여겨 볼 만 한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볼륨(판매량)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하반기 중반을 넘겨 봐야 올해 성적표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