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0조원에 육박하는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부채가 늘어났으니까, 공공요금을 올려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요금인상 외에 경영합리화나 민영화, 기능조정 등 다른 방법들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공공기관 부채 500조 육박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부채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7년 249조원이었던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기준으로 493조4000억원을 기록, 5년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공공요금과 관계가 밀접한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2010년 72조원이던 부채가 지난해 95조원으로 20조원 넘게 늘었고 가스공사는 22조원에서 32조원으로 10조원 늘었다. 도로공사도 2010년(23조)보다 2조원 가량 부채가 증가했다.

이처럼 부채가 급증한 것에 대해 기재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요금의 원가보상율은 85.7%이며 도시가스는 85.6%다.

◆ 전문가들 “공공기관 부채 요금 인상으로 풀어야…시기도 좋아”

재정전문가들도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요금 인상이 가장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최준욱 한국 한국조세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 3월에 발표한 ‘공기업 부채 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공공기관의 거대한 부채 문제를 해소하려면 인건비 조정 등 경영을 효율화하는 것보다 요금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토지공사와 전력공사, 가스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등 6개 주요 공기업 중 인건비 문제와 같은 경영 효율성이 부채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 곳은 철도공사 한 곳에 불과하다”며 "부채 증가를 억제하려면 요금을 인상하거나 사업 축소, 정부 지원 확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감안하면 물가가 낮은 지금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 요금 인상만이 방법?

하지만 시민단체나 산업계에서는 단순히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부채를 해결한다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전에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해소 등을 통한 자구노력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원전비리 사태 등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을 먼저 꺼내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물값 인상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4대강 사업을 떠맡았던 수자원공사나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부채가 증가한 LH 등 정책사업 추진으로 부채가 증가한 경우에는 정부지원과 함께 사업 축소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외에도 요금 인상 전에 원가보상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기업들이 원가보상비율을 과대 계상할 유인이 있으므로 원가보상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