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3일 오후 한국을 찾았다. 샌드버그 COO가 방한한 건 지난해 9월에 이어 두번째다. 그녀는 최근 자서전 ‘린인(Lean in)’을 펴냈다.

샌드버그 COO는 이날 오후 4시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오후 7시쯤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과 이를 위한 여건 조성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는 사전에 신청을 한 2000여명이 청중으로 참석했다. 샌드버그 COO는 글로벌 IT기업의 고위 임원으로서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는 데 주력했던 지난번 방문과 달리, 이번에는 자서전을 홍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샌드버그 COO는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뚫고 성공한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오른팔’로서 2012년 ‘타임’이 선정한 100인의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으로 선정됐다. 또 같은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샌드버그 COO는 1969년 미국 워싱턴의 유태인 가정에서 3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샌드버그 3남매는 모두 머리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셰릴 샌드버그는 어린 시절 공립학교에서 항상 반에서 1등을 도맡아 했으며, 여동생과 남동생은 모두 의사로 일하고 있다.

샌드버그는 1987년 하버드대에 입학해 경제학 학사를 취득한 뒤 같은 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하면서 ‘존 H. 윌리엄스’상을 받기도 했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나 인연을 맺은 래리 서머스 교수는 훗날 샌드버그를 세계은행에 연구원으로 추천한 은사였다. 샌드버그는 이후 탄탄대로를 걸으며 1995년부터 1996년까지는 맥킨지의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2001년까지는 서머스 당시 미국 재무부 장관 밑에서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샌드버그가 글로벌 IT기업 구글에 합류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그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7년간 구글의 글로벌 온라인 세일즈 부사장을 지내며 구글의 광고·출판 영업, 상품·책 검색을 담당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CEO와의 인연은 2007년 댄 로젠스위그 전 야후 COO가 주최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시작됐다. 샌드버그를 페이스북 COO의 적격자로 눈여겨보고 있던 저커버그 CEO는 샌드버그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끝에 2008년 3월 그를 구글에서 빼내 지금의 COO 자리에 앉혔다.

샌드버그가 페이스북에 합류해 가장 관심을 가진 사안은 ‘수익성’이었다. 철저한 경제관념으로 무장한 샌드버그 덕에 페이스북은 2010년부터 광고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7억9000만달러(약 9037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샌드버그 COO는 가정에서도 성공적인 아내, 어머니로 불린다. 샌드버그는 데이비드 골드버그 서베이몽키 CEO와의 사이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골드버그와의 결혼은 25세에 이혼한 뒤로 두번째 결혼이다. 샌드버그는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을 통해 “나는 굉장한 한 남자의 아내”라며 남편과의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샌드버그 COO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도 관심이 많다. 이달 2일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일본만큼 남성이 가사나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이 적은 국가는 없다”며 “기업은 여성이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쉽도록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미국 정계 일각에선 샌드버그가 여성 권리 신장 운동에서 더 나아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최근 미국 CBS뉴스와의 인터뷰 중 “여성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에 불만이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샌드버그 COO는 3일 연세대 강연에 이어 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오후 2시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서 심수옥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글로벌마케팅실 부사장을 만난다. 삼성전자 첫 여성 부사장인 심 부사장은 샌드버그 COO의 부탁으로 그의 저서 린인에 추천사를 썼다. 샌드버그 COO는 심 부사장 외에도 지난해 방한해서 만났던 신종균 삼성전자 인터넷모바일(IM) 부문 사장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샌드버그 COO는 지난해 방한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SK텔레콤을 방문했지만 이번 방한에선 다른 파트너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2주 전 페이스북의 수장인 저커버그 CEO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기 때문에, 사업 파트너보다는 자서전 홍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문한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 일본 최대 이통사 NTT도코모, 광고회사 덴쓰 등 파트너사들을 두루 만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샌드버그는 방한 마지막날인 이달 5일 오후 독자 사인회를 열고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