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이사회가 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선출 시 회장의 인사 권한을 제한하기로 한 방안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임영록 회장 내정자의 취임 시기와 맞물려 인사권 제한을 논의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조직의 조기 안정을 위해 임 회장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도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임 회장 내정자는 이전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차기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3일 조선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임영록 회장 내정자의 공식 취임 후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의 구성 방식을 바꾸기로 했으나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며 "대체적으로 사외이사들이 시기도 적절치 않은 데다 회장 바뀌는 시기에 인사권 제한 논의를 하는 게 모양새도 안좋다고 지적해 당분간 인사권 제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그러나 변경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만큼 임 회장 내정자가 조직을 안정시켰다고 판단될 때에는 인사권 제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사외이사들도 이같은 결정에 대해 대부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KB금융 대추위는 회장·사장·사외이사 2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회장이 추천하면 대추위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4명의 의견이 갈리면 대추위원장인 회장이 '캐스팅보트(결정권)'를 행사한다. KB금융 사장의 인사권이 회장에게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외이사 2명이 반대하는 인물이 계열사 사장으로 추천돼도 사실상 회장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KB금융 이사회는 현행 계열사 CEO 선출과정에서 회장의 권한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고 현행 회장과 사장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대추위원을 5명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CEO교체기에 자칫 사외이사들과 임 회장 내정자 사이에 알력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 비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 이사회가 독립화됐다는 평가도 받지만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하는 등 권력화됐다는 비판도 높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교체기에 사외이사들이 지나치게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을 것"이라며 "주요 금융지주사들과의 시장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데다 KB금융의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에서 인사권 제한 등으로 임 회장 내정자의 발목을 잡을 경우 비난의 화살이 이사회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3.07.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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