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

"중국의 성장 둔화, 그리고 미국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중동의 침체는 해외 플랜트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건설사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3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다. 건설주에 대한 보수적(중립적)인 판단이 필요할 시점이다"

조선일보-에프앤가이드 선정 2012년 건설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사진)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과열 경쟁을 벌였고, 결국 지난 1분기엔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 문제가 터졌다"며 "여파가 컸던 1분기에 비해 2~3분기 실적은 소폭 개선될 것이지만 본격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국내 부동산 시장도 눈높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등 정부 정책의 신뢰 부족으로 건설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4.1부동산 대책의 효과는?
"정부가 4.1대책을 내놓으면서 지난 4~5월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했다. 부동산 관련 지표 역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의 2분기 실적이 소폭 개선될 수 있겠지만, 2분기가 전부는 아니다.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던 취등록세 감면 혜택이 지난달부로 종료 됐다. 따라서 3분기 이후 부동산 거래 경기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현재까지 정부가 혜택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경기가 그렇게 안 좋은가.
"향후 정부가 추가 대책을 어떻게 내놓을 지가 중요하다. 현재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취등록세 영구 감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밖에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분양가상한제 등 금융 규제에 대해서도 완화해달라는 얘기가 많지만 현재까지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더구나 수직증축안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되고 있다. 빠른 시행만이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건설사들이 지난 2010년 분양을 줄였다가 2011년 이후 분양을 늘려왔는데, 이게 곧 문제가 될 수 있다. 분양 후 아파트가 완공되기까지 2년이 걸리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공급은 많은 데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만약 더 이상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건설사에 대한 추가 주가 하락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 건설은 어떤가.
"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중동의 비중이 높은 상태다. 따라서 중동지역의 발주가 증가하지 않으면 국내 건설사의 흑자전환은 어렵다.
미국 셰일가스 개발은 기존 에너지 강국으로 평가받던 중동, 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 가운데 산유국인 중동지역 국가들은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2000년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거대한 투자 흐름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국가도 원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이는 결국 중동 건설 경기의 침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중국의 성장 둔화는 전 세계적인 기름 수요의 감소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과거 중국이 고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막대한 기름을 수입했고 이로 인해 유가가 5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과거처럼 중국이 중동에서 기름을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중동지역의 국가는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기조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사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국내 건설업에도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가 수주를 많이 해서 점유율을 늘리는 양적 성장의 시기였다면, 이제는 질적성장을 추구할 때다. 앞으로는 성장을 계속하기보다는 회사마다 적정 사이즈의 수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반기 유망 종목은?
"업종 내 추천종목으로는 현대건설(000720)삼성물산(028260)을 꼽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격적인 수주보다는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현대건설은 2010년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뒤 해외 플랜트 입찰을 제일 못했다. 이는 수익성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그간 건설주가 모두 부진할 때 더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적절한 규모의 수익 사업을 계속하고 있고, 그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삼성전자의 지분가치 밖에 안될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의 하락폭이 줄어든 만큼 삼성물산의 주가도 긍정적으로 접근해 볼만한 시점인 것 같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적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의 회계는 예정원가율로 진행되기 때문에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한 분기 실적이 잘나왔다고 해서 향후 실적이 계속 개선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건설사들의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빠른 곳은 내년 상반기, 늦은 곳은 내년 하반기 정도에 이뤄질 것이다."

-미래 부동산 시장 전망은.

"부동산은 개인의 자산 가운데 가장 비싼 품목이다. 현재 부동산을 보유한 40~60대의 경우, 그들 세대가 살아왔던 당시엔 물가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젊은 직장인들의 소득대비 집값은 너무 비싸다. 또 젊은 세대는 자기가 원하는 지역, 디자인이 아닌 집은 사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의 사례를 놓고 보면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임대사업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 건설사들이 수혜를 보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임대사업 모두 어렵다. 부동산은 결국 집을 사서 오르면 팔아 수익을 남기겠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엑시트(exit)할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