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코레일 분할 개편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주 여객 운송 기능만 남기고 물류, 차량 정비 등은 부문별 자회사로 2017년까지 분리하고 일부 적자 노선을 중심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하겠다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국토부 혼자만의 일방적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KTX산천

국토부는 KTX 자회사에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겠다는 생각인데, 정작 이들 연기금은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만약 연기금이 투자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을 사전에 차단해 현실성이 없다.

◆ "연기금이 산다"…국토부 혼자 생각

국토부는 민영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KTX 운영회사를 코레일이 30%를 출자하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서 70%를 투자를 받겠다고 밝혔다. 민간 자본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어서 민영화가 아니며 앞으로도 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발표 전에 투자주체인 연기금과 간단한 협의조차 없었다. 연기금 관계자들은 "현재 투자할 생각도 없고 국토부에서 이와 관련해 전화 한 통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기관들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쌈짓돈을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투자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코레일의 용산개발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총 투자금 1250억원을 날릴 처지다. 코레일과 소송전을 검토하는 등 감정이 좋지 않아 투자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 못 파는 지분에 투자?

연기금이 만약 투자를 해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연기금 입장에서는 황당한 투자조건인 셈이다. 국토부가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동의하는 공적 자금만 참여하게 하고, 투자약정과 정관에서 민간 매각을 제한하는 것을 명시하는 등 별도의 장치를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기금의 특성상 연금 수급자가 많아지면 자산을 매각해 지급해야 한다. 결국 이 지분을 사들일 곳은 민간 기업 이외에는 다른 매각 주체를 찾기 쉽지 않다.

조선일보DB

만약 민간에 매각하지 못하면 연기금이 보유한 지분을 다시 코레일 등 공적자금이 다시 사들여야 한다. 이럴 경우 굳이 지금 연기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

◆ 어리숙한 계획안…민영화 의심만 키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에는 민영화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만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언젠가는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 할 연기금 입장에서는 결국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가 투자약정 정관에 매각 제한을 뒀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이는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의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총파업찬성률은 89.7%로 가결됐다. 철도노조는 이미 지난달 27일 촛불투쟁을 벌인 데 이어, 오는 3일 철도 전국확대쟁의대책위원회 회의, 6일 전국촛불집회, 13일 철도민영화반대 범국민대회를 연이어 가질 예정이다. 이들이 사실상 단계적 민영화 수순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결국 연기금 등이 민간기업에 향후 매각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은 공공재인 철도를 민영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게 될까 우려된다"며 "KTX 운영회사의 경우 연기금이 지분을 매각하면 민영화는 불가피해지는 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