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신용경색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과잉 투자에 대한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점과 중국 정부의 통제 능력을 감안하면 최근 유동성 위기가 시스템적 위험 요인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국계 자금이 우리나라 국채 시장에서 세 번째로 큰 손으로 등장한 상황이어서 중국 내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솔솔 나오고 있다.

◆ 中 우리나라 채권시장 큰손 …금융위기 이후 투자 크게 늘어

LG경제연구소는 30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유동성 위기가 잠복한 채 하반기에 재연된다면, 한국 금융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에 유입된 중국계 투자자금, 이른바 '왕서방' 자금이 회수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도 앞서 지난 28일 "국내 금융시장의 중국 자금 비중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중국계 자금이 이탈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말 현재 중국계 자금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6290억원으로 전체의 12.8%를 차지한다. 미국(20.8%), 유럽(33.7%)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중국계 자금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주식 보유액은 8조20억원(1.9%)으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하는 중국계 자금 대부분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으로 운영되는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이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 투자하는 만큼 갑작스러운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계 자금은 주로 장기 국고채를 매수하고 있으며 투자 주체의 특성상 유출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중국계 자금은 자국 내 유동성 불안으로 3000억원 규모의 순유출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과거를 돌아보면 중국계 자금은 자국 내에서 간헐적으로 유동성이 말랐을 때 원화 채권 매수를 줄인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 美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차이나 리스크' …정부 "모니터링 강화"

중국의 신용경색 문제는 지난 20일 단기시장금리 지표인 상하이 은행간 금리(SHIBOR) 1일물이 13.4%까지 급등하고 나서부터 물 위로 부상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 시사에 이어 이러한 중국의 '돈 가뭄'은 경착륙 우려와 함께 글로벌 경제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전문가 2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가 양적완화ㆍ엔화불안(66.9%)을 가장 큰 대외 위험요인으로 꼽았고 그다음은 중국경제 성장 둔화(23.8%)였다.

정부는 중국의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지표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경착륙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중국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지만 중국은 국가의 개입 정도가 크기 때문에 시스템이 흔들릴 만큼 큰 불안이 야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난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자본 유출입, 실물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