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가 제시한 가설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27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급발진 재현실험'. 이 날 실험은 지난달 자동차 급발진 원인을 찾아냈다고 주장한 '급발진 연구회'에 대한 성토로 시작됐다. 급발진 연구회를 이끄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학회 발표회를 통해 "자동차 급발진은 브레이크 배력장치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광범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인증실 팀장은 27일 급발진 재현 실험에 앞서 "김필수 교수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김 교수에게 공개 실험에 참여해 줄 것을 세 번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급발진 공개 재현 실험 현장. 이날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 스로틀 밸브 강제 개방…급발진 없어

실제로 이 날 재현 실험에서는 김필수 교수가 주장한 것과 유사한 조건을 만들어 놓고 급발진이 일어나는지는 평가해보기도 했다. 연구원은 자동차 엔진에 외부 공기를 공급시키는 통로인 '스로틀 밸브'를 인위적인 힘으로 강제 개방했을 때 자동차의 상태를 점검했다.

스로틀 밸브를 강제로 열어 급발진이 일어나는 지를 테스트 하는 모습.

실험에 사용된 'YF쏘나타'의 스로틀 밸브를 억지로 열기 위해서는 약 407N(뉴턴)의 힘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정도 힘을 들여 스로틀 밸브를 억지로 열자 자동차의 '두뇌'인 전자제어장치(ECU)가 결함을 인식해 엔진의 회전수(RPM)가 증가하는 것을 억제했다. 연구원측은 "407N은 1㎡ 당 약 40kg의 힘이 가해지는 것과 같은 것으로 실제 주행에서 이러한 힘이 가해질 요인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4번의 실험, 모두 급발진 일어나지 않아

이날 스로틀 밸브 강제 개방을 포함해 모두 4건의 공개 실험이 재현됐다. 연구원은 가속페달 센서에 인위적으로 전압을 흘려 보내 급발진이 일어나는지를 실험해봤다. 그러나 이 역시 가속페달에 설치된 안전장치를 통해 ECU가 결함을 발견했고, 가속페달을 밟아도 RPM이 2500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최근 공개된 몇몇 급발진 사고 동영상을 보면, 엔진음이 급격히 부각되면서 자동차가 앞으로 튀어 나가는 현상이 발견됐다. 따라서 가속페달에 전압을 흘려 보내는 것으로 급발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

가속페달 센서에 전기 신호를 줘 급발진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일반인이 제안한 실험도 두 건 시행됐다. 한 시민은 자동차 실내 및 ECU에 습기가 가득 찼을 때 급발진이 일어 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쏘렌토에 분무기와 가습기를 이용해 30분 이상 습도를 높여봤지만 급발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 다른 시민은 자동차 시동장치에 정전기 및 고조파를 발생시키면 급발진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제안자가 직접 YF쏘나타 전극에 고조파 발생기를 연결시키고 고조파를 걸었으나 역시 급발진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 재현 실험으로 의혹 해소 한계

과거에 발생한 급발진 사고 현장의 모습. 이번 공개 재현 실험으로 급발진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처음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이 공동으로 시행한 이번 공개 재현 실험은 그동안 급발진 민관합동조사반의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개인·단체를 참여시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 같은 단발성 공개 실험으로 급발진 원인을 규명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자동차 결함신고센터(car.go.kr)에 신고된 급발진 관련 사고 건수는 136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자동차 총 등록대수는 1880만대가 넘는다. 약 14만대 중의 1대 꼴로 급발진 사고를 경험했다. 이는 같은 모델, 같은 조건의 외부 환경에서도 매우 드물게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 날 실험은 단 1대의 자동차에 1개의 요인을 가했을 때 자동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본 것으로, 처음부터 급발진이 눈앞에서 재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한 대학 기계공학과 교수는 "수십만 분의 1의 가능성으로 일어나는 급발진 사고를 실험실도 아닌 공개적인 장소에서 재현하려 한다는 점이 난센스"라며 "이 정도 실험으로 급발진 원인을 규명할 수 있으면 이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성공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