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인 8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72억7000만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를 갈아치운 영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증가 보다는 수입 감소 영향이 큰 불황형 흑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상수지가 흑자가 된 가장 큰 요인은 수입 감소"라며 "수출이 회복되면 내수가 어느정도 따라가야 하지만 워낙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회복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하반기 수출증가세가 상반기보다 커지는 등 나아지겠지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경상흑자 '사상최대'…정부 연간 전망치 크게 웃돌 전망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86억4000만달러로 통계집계 이래 최대치였다. 4월 흑자폭(39억3000만달러)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이로써 국제수지는 작년 2월부터 16개월 흑자 행진이다. 올해 들어 1~5월 경상수지 흑자는 225억4000만달러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정부 목표치인 290억달러를 훌쩍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72억7000만달러로 사상최대치였다. 전월 흑자폭(35억4000만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7.4% 늘어난 반면 수입은 4.8% 감소한 영향이다. 석달째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6월의 경우 반기 말에 통상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 있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5월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상당폭의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6월에 전년동기대비로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일평균으로는 21억달러 수준을 유지해 잘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경제 침체에도 경상수지 호조‥전문가 "수요 감소가 더 큰 영향, 불황형에 가깝다"

그러나 5월 경상흑자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수입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수출이 감소하더라도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이 경우를 '불황형 흑자'라고 한다. 5월 경상수지를 보면, 수출이 늘어 이론상 불황형 흑자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불황형 흑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출이 잘된 것보다는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컸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에 가깝다"면서 "6월 경상수지는 통관일수가 적어 전년동기대비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고, 2분기 전체로 보면 작년에 비해 소폭 개선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수출은 495억9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4% 증가했다. 지난 3월 1.1%, 4월 3.6% 보다 증가율이 확대됐다. 통관 기준으로 보면 정보통신기기(증가율 32.1%), 반도체(17.1%), 자동차부품(8.9%) 등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면 선박(-34.6%), 디스플레이패널(-9.6%), 철강제품(-8.6%)은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21.6%), 중남미(17.1%) 중국(16.6%)에서 늘어난 반면 유럽(-14.0%), 중동(-13.4%), 일본(-11.6%)에서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423억200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4.8% 감소했다. 감소폭이 3월(-1.6%), 4월(-0.3%)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소비자와 자본재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5.8%, 5.1% 증가했으나 원자재가 10.2%나 떨어졌다.

김영배 국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수입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무역수지를 크게 개선시킨 요인인 것만은 틀림없다"면서 "원자재 수입이 10.2% 감소했는데, 해외수요 부족으로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고 국내에서 석유제품을 만들기 위한 수입제품 수요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비스수지는 11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석달 연속 흑자다. 그러나 흑자폭은 전월(14억5000만달러)에 비해 축소됐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전월 4억5000만달러에서 5억8000만달러로 늘었고 기타서비스수지 흑자폭이 11억3000만달러에서 8억5000만달러로 줄어든 영향이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수지가 크게 개선되면서 전월 10억9000만달러 적자에서 1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배당소득수지는 전월 14억3000달러 적자였으나 지난달 적자폭이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었다. 이전소득수지는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계정 유출초 규모는 전월 25억7000만달러에서 115억8000만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기타투자의 유출초 규모가 금융기관의 차입 순상환 영향으로 전월 15억8000만달러에서 85억3000만달러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직접투자는 외국인직접투자가 줄어들면서 전월 3억달러 유입초에서 14억8000만달러 유출초로 전환됐다. 증권투자는 외국인 주식투자가 순유입으로 전환되면서 전월 19억2000만달러에서 11억7000만달러로 축소됐다. 파생금융상품은 6억5000만달러 유입초를 기록했다.

자본수지 유출초는 전월 40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