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 치료 전도사로 나선다.
김 의장과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 역삼동사옥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3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 - 사회적 가면 속 내 마음 들여다보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마인드프리즘은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대표가 설립한 심리치유 전문기업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개된 '내 마음 보고서'는 마인드프리즘이 정치인과 CEO를 대상으로 500만원에 제공하던 심리 치료 서비스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춰 출시한 프로그램이다.
김 의장은 마인드프리즘의 지분 70.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006년 네이버(NHN(181710)) 대표로 재직할 당시 정혜신 대표에게 첫 상담을 받은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온 그는, 작년 11월 개인 자금으로 아예 마인드프리즘의 지분을 인수해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에 이르렀다.
김 의장은 추후 마인드프리즘의 지분을 100%까지 인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마인드프리즘을 향후 사회적 기업, 더 나아가 재단의 형태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지분을 전부 인수할 수도 있다"면서 "정(혜신) 박사님은 전문 사업가가 아니니, 내가 직접 지분을 인수해 책임 의식을 갖고 경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마인드프리즘 사업에 매달 1~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신의 심리 치유 경험을 직접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네이버 대표로 재직할 당시 방향성과 동기를 잃고 방황했던 때를 회고했다.
"30대 중후반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어딘가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몰라 멈추기로 했습니다. 주변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죠."
1998년 삼성SDS을 퇴사한 뒤 온라인 게임업체 한게임을 창업한 김 의장은 2000년 서울대 공대·삼성SDS 동기였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의기투합해 NHN을 설립했다. 벤처의 신화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7년 돌연 네이버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1년은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그 다음 1년은 가족과 함께 '안식년'을 보낸 그는 정혜신 대표와의 지속적인 상담이 심리 치유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저는 마음이 넓고 낙관적인 사람이라 세상 사람들과 단 한번도 싸우지 않고 사업을 잘 해왔다고 자부심을 갖고 말했는데, 정 박사님에게 한방 먹었습니다. 감정을 억제하다보면 결국 감정의 마비가 올 거라는 경고 사인을 주셨죠. 알고보니 감정 마비의 초기 단계였던 겁니다."
김 의장은 심리 치유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이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과 마주하고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만 트라우마의 실체를 파악하고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김 의장 스스로도 어린 시절에 받은 마음의 상처가 두려움으로 발전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집안 사정이 넉넉치 못해 부모님, 8남매와 방 한두개에서 같이 지냈던 그는 "부모님의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면서 "아버지가 술에 취한 상태로 귀가해 어머니와 싸우면 부모님의 이혼을 두려워하며 이불 속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다"며 유년기를 회고했다.
마인드프리즘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김 의장은 보다 많은 사람이 심리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정 대표를 지속적으로 설득해왔다. 500만원 상당의 심리 상담을 8만원에 이용할 수 있게 된 데는 김 의장의 공이 크다.
김 의장은 현재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가정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딸과는 마인드프리즘을 통해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중소 게임 개발사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카카오게임'과 '카카오페이지' 등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게임의 입점 수수료를 현재보다 더 낮춰 벤처와 중소 업체에 문을 활짝 열어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페이스북이 문을 완전히 개방했지만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대답했다. 카카오페이지의 부진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에 제대로 투자해 키워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