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과 채권 금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환율과 채권금리의 급등세가 한풀 꺾였지만 그동안 상승폭이 너무 컸던 데 따른 것으로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분위기다. 주식 가격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160.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하락한 것은 지난 19일 이후 나흘만이다. 버냉키 의장 발언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면서 환율은 20~24일 3거래일 동안 30.6원이나 상승했었다.

국채 금리도 닷새만에 하락했다.(국채가격 상승) 20~24일 3거래일 동안 만기별로 10~36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가 이날은 내림세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채시장의 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10bp(1bp=0.01%) 떨어진 연 3.02%로 마감했다. 5년물 금리는 11bp 하락한 3.32%, 10년물은 10bp 내린 3.58%를 기록했다.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9bp, 7bp 떨어져 3.76%, 3.85%로 거래를 마쳤다. 1년물 금리는 2.73%로 역시 7bp 하락했다. 신용등급 AA-인 무보증 회사채 3년물도 10bp 떨어진 3.38%를 기록했다.

밤사이 일부 연방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완화시킨 영향이다. 마이클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인터뷰에서 "미국의 고용과 물가상승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FRB의 통화완화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FRB는 이미 이런 금융 시장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금융 시장은 현재 테스트 기간을 갖고 있다. 큰 돈을 굴리는 투자자들은 마치 야생 돼지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식 가격은 이날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38포인트(1.02%) 내린 1780.6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27.69포인트(5.44%) 떨어진 480.96으로 4개월만에 500선이 깨졌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 금융권의 신용 경색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학승 동양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채권과 주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이날은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채권을 매수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유동성 감소 우려가 상쇄됐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며 "채권과 원화가치는 기술적 반등일 뿐 턴어라운드라고 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저녁 11시에 발표되는 미국 내구재 주문, 소비자신뢰지수, 신규주택판매, 리치몬드 제조업 지수 결과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