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시황의 척도로 불리는 발틱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가 6개월 만에 1000 선을 회복했다. 유럽을 포함한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24일 영국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BDI는 지난 21일(현지시간) 15포인트 상승한 1027을 기록했다. BDI는 지난해 11월 1097을 고점으로, 보름 만에 699까지 추락했다. 올해 들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며, 이번에 다시 1000대로 올라섰다.

BDI는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하고 있는 종합 운송지수다. 1985년 1월 4일 운임 수준을 기준(1000포인트)으로 잡고, 석탄·광석·곡물 등 포장을 하지 않고 벌크선으로 운송하는 원자재에 대한 운임을 평가한다.

발틱해운거래소는 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벌크화물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해 지수를 산출한다. BDI에 포함되는 선박은 BCI(18만톤 급 이상의 대형선박), BPI(6~8만톤 급 중형선박), BSI(4~6만톤급 소형선박), BHSI(2.5~3만톤 급 소형선박) 등이 있다. BDI는 크기 별로 나뉜 선박들의 지수를 모두 합산해 산출된다.

BDI는 앞으로의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선행 지표가 될 수 있다. 지수가 높을수록 해운 시황과 세계 경기가 호황이라는 것을 뜻한다. 반면 낮을수록 경기가 좋지 않고, 바다에 떠다니는 배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BDI는 원자재 교역량을 파악하는데도 활용된다. 경제 상황에 따라 각국의 원자재 수요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산업 투자가 늘면서, 철강 등 원자재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결국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운임(운송으로 받는 비용)과 용선료가 오르고, 이는 BDI의 상승을 불러온다.

따라서 BDI는 전 세계 경기 상황과 해운 시황을 비롯해, 원자재 수요, 해상 운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 받는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BDI는 선박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오늘 배 1척을 빌리는 가격을 지수화 했기 때문에 경기 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며 "이번 BDI상승은 세계 벌크선 물동량에서 중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단순 물동량 증가일 뿐, 전 세계의 경기 회복 신호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BDI지수. 전거래일보다 16포인트 상승한 1027을 기록했다.

실제 조선·해운업계의 황금기로 불리는 지난 2008년 BDI가 급증한 것도, 당시 중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원자재 수입이 늘어난 덕분이다. 당시 BDI지수는 1만1793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7개월 만에 633까지 곤두박질 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BDI지수가 1만포인트이고 하루 용선료(선박임대료)가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짜리 배가 있다고 했을 때, BDI지수가 1000포인트로 떨어질 경우 똑같은 배를 10분의 1 가격인 2만달러(약 2300만원)에도 빌릴 수 있게 된다.

최근 5년간 BDI 변동 추이.

BDI를 영어로 표현하면 'Baltic Dry Index'이다. 여기서 'Dry(마른)'가 들어간 것은 선적화물이 광석, 석탄, 원유, 곡물 등 마른화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화물이 천연가스, 액화질소 등 액체인 경우는 '탱커화물(Tanker)'이라고 부른다. 국제 화물분류법에 따라 고체화물은 벌크선·컨테이너선으로 운반하며, 액체화물은 탱커(액체 제품 운반을 위해 대형 저유 시설을 갖춘 선박)로 운송된다.

BDI지수와 비슷한 국내 지수로는 KMI(Korea Maritime Index)지수가 있다. 기존 BDI지수는 북미나 유럽에서 주로 이용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지역의 시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태평양 및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KMI지수를 개발했다. 전체 30개 항로의 운임을 통해 지수를 산출하며, 1995년 1월 첫주(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