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K5 중에는 유난히 '칼치기(난폭운전)'하는 차가 많을까?"
20일 새로 출시된 기아자동차K5 부분변경모델(페이스리프트)을 타고 올림픽대로를 막 접어들 찰나, 옆에 탄 지인이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칼치기 하는 차 중 유독 K5가 눈에 많이 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 K5 운전자가 칼치기 하다 대형 사고를 내는 동영상을 스스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물론 큰 비난을 받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는 'K5 칼치기'라는 연관 검색어가 있을 정도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K5가 엔진 성능과 차량 크게 비해 가격이 싸 젊은 층이 구입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 졌다. 구형 K5 가격은 2025만~2795만원으로, 같은 2리터(L) 엔진을 장착한 한국GM '말리부' 가격(2423만~3015만원)보다 싸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5(플래티넘)' 가격(2220만~2810만원)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더욱이 이번에 새로 나온 K5 부분변경모델은 2025만~2785만원(2L 기준). 오히려 가격이 내렸다. 앞으로 고속도로에서 칼치기 하는 K5를 만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걸까.
옵션을 더 달고 가격을 내렸는데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K5 부분변경모델을 타고 100km를 왕복해봤다.
◆ 공간은 K5, 인테리어는 말리부
이 날 K5를 시승하기 전 2L급 국산 중형차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말리부 역시 1주일 정도 시승했다. 두 차는 '국산 중형 세단'이라는 범주에서 서로 경쟁 중인 차종이므로 성능·상품성을 따져보기 좋다.
먼저 운전석에 앉으면 K5·말리부 모두 중형 세단의 넉넉한 공간의 여유가 느껴진다. 차량 내부 공간은 앞바퀴에서 뒷바퀴 사이의 거리로 판가름 나는데, K5가 6㎝ 정도 더 긴 2795mm다. 앞에 앉아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뒷좌석에 앉아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뒷좌석의 여유로움은 K5가 한 수 위다.
반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센터페시아(오디오·공조장치가 있는 부분)'는 말리부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큼직큼직한 버튼으로 구성된 말리부에 비해 K5는 작은 버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구성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다소 촌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센터페시아가 정확하게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말리부와 달리, K5는 운전석 쪽으로 약간 각도가 기울었다. 조작 편의성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실내 균형감은 다소 희생됐다.
◆ 가속감은 K5, 핸들링은 말리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아 봤다. 두 차는 모두 2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K5는 흡기를 강화한 터보차저엔진 모델이 있고, 말리부는 좀 더 큰 2.4L 엔진 모델이 있지만 이 날 시승에서는 2L 기본 엔진 모델을 시승했다.
두 차 모두 시내 주행에서는 비슷한 주행감을 보여줬다. 시속 60km 안팎까지는 답답함 없이 가뿐하게 치고 올라갔으며, 소음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기아차는 K5 부분변경모델을 내놓으면서 외부 디자인과 소음 차단 기능을 손봤는데 역시나 시내 주행에서는 정숙한 실내를 유지했다.
차를 고속도로에 올려 시속 100km까지 끌어 올려봤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차 모두 가속감에서 약간 아쉬운 면이 발견됐다. 천천히 속도를 올리면 문제 없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의 분당회전수(RPM)가 5000회까지 급격히 올라간다. 물론 RPM만큼 속도는 재빨리 올라가지 못한다. RPM이 오를 때 차량 내부 소음도 심해진다.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지만 가속감은 K5가 약간 더 나은 것 같다. 이는 두 차의 무게가 100kg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말리부가 1530kg으로, 약간 더 무겁다. 신형 말리부는 차세대 변속기(트랜스미션)를 탑재해 가속성능이 꽤 향상됐지만, 변속기가 약한 엔진의 힘마저 보완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엔진 제원상으로도 K5가 172마력, 말리부는 141마력이다.
반면 핸들링의 느낌은 말리부가 훨씬 낫다. '휙휙' 돌아가는 K5에 비해 말리부의 핸들은 독일차의 그것처럼 약간 묵직하다. 따라서 고속 구간에서 더 안정감 있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 가격 대비 성능 합격점
기아차는 K5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내서 연간 7만4000대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단순 연식변경이 아닌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는 점에서 다소 '겸손한' 목표다. K5라는 브랜드 자체로는 더 이상 외연을 확대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을 충분히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 출시된 K5 역시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이만한 가격에 이 정도 성능과 공간을 제공하는 차도 많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