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다른 목소리를 내 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비용이 발생하는데도 은행들이 그동안 무료로 제공했던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그동안 면제해왔던 수수료를 다시 받겠다고 하면 고객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 수수료를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 수익이 급감하면 손실 흡수능력이 떨어져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수수료를 부과하기 위한 것이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합리한 수수료는 제외하되 정당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급감했다. 2007년 15조원이었던 국내은행 총 순이익은 지난해 8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원 감소했다. 전체 순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25%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2%에 불과했다.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2011년부터 사회적 여론에 밀려 현금입출금기 수수료, 여신 업무 수수료 등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은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인데 자산 성장이 정체돼 이자이익을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은행 수수료의 원가를 분석해 정당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각각 37%, 53% 수준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감원의 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무슨 의도로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지만 한쪽(은행) 이익을 대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도 "은행이 정당한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동안 면제를 많이 해줬는데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추진하는 '수수료 정상화' 방안이 최근 금융당국이 진행하는 불합리한 수수료 개편 작업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 금감원은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인하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방안을 연구하면서 인상 방안도 검토하겠다니 금융당국의 의도가 뭔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입력 2013.06.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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