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위기 때 시중에 풀린 돈을 금리 인상 등을 통해 회수하는 것) 계획을 가시화하면서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속속 오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하락세를 보였던 국고채 금리가 최근 오르기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적격대출 금리는 이달 들어 이미 상당폭 오른 상태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13%포인트 오른 연 2.94%로 마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9일 2.5%대였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완화 축소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달 들어 2.7~2.8%대로 오른 상태였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전날보다 0.14%포인트 상승한 연 3.16%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9일(2.62%) 대비 0.5%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19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 회복세가 계속된다면 연말에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발언 이후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하는 적격대출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10~30년간 분할 상환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현재 13개 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최근 한 달간 상당수 은행의 적격대출 금리가 0.4%포인트가량 올랐다. 우리은행의 10년 만기 적격대출 상품(비거치식)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당시 연 3.75%였으나 이달 14일에는 4.17%로 0.4%포인트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10년 만기 적격대출 금리는 연 3.8%에서 4.2%로, 외환은행 적격대출 금리도 3.72%에서 4.13%로 상승했다.

시장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진다면 하락 추세를 보이던 변동금리형 대출 상품의 금리도 곧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 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에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금리를 연 2.9%대로 낮췄다.

지난 17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66%로 전달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 하락 등이 반영된 결과인데 코픽스가 내려가면 이에 연동하는 은행 대출 금리도 따라서 내려간다. 그러나 다음 달 발표될 6월 코픽스는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현 추세대로 계속 오른다면 시장금리 변동분이 빠르게 반영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5월 대비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