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 시점을 밝히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중 최고치로 마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신흥국 통화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9원 오른 1145.7원에 마감했다(원화 가치 하락). 직전 연중 최고치인 지난 4월9일의 1145.3원을 넘어섰다. 이날 환율은 12.2원의 급등세로 출발해 오름폭은 장중 15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미국 경제 개선세가 지속된다면 연준은 올해 말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다가 내년 중순쯤 자산 매입을 중단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올 연말로, 종료 시기를 내년 중순으로 구체화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선진국의 자금 회수 우려가 커졌다. 그 결과 주식, 채권, 원화 가치가 일제히 떨어지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가 연출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 수위가 예상보다 강해 오늘 신흥국 통화들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46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환율 상승 압력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당분간 신흥 시장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화 환율 역시 추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단 이날 원화 환율 상승폭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1.99엔 상승한 97엔을, 유로화 환율은 0.0140달러 내린 1.3255달러를 기록했다.(엔화, 유로화 가치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