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왼쪽)과 한성권 현대차 부사장.

입사 선호 순위에서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인사 총괄은 최근 입사 지원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인성으로 각각 '판단력' '열정과 책임감'을 들었다. 반대로 이 두 기업 지원자가 이를 강조하고 면접관을 설득한다면 입사가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두 기업의 차이는 업태(業態)와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사이클이 6개월에 불과하다. 원기찬 인사팀장(부사장)은 "당장 다음 달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사업 환경이 급변해 빠르고 올바른 결정이 중요한데, 요즘 지원자들은 신문을 예전보다 읽지 않고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뉴스만 접해 균형 잡힌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현대차 한성권 인사실장(부사장)은 "최근 2~3년 사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으로 자기희생·열정을 갖춘 책임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예전 현대 특유의 도전 정신, 충성심, 글로벌 능력을 주요 잣대로 삼았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현대차가 글로벌 회사로서 조직이 커지고, 부품 수만 개와 사업 파트 수백 개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회사의 존폐가 거론될 정도로 위기를 겪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사원 개개인의 책임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공채 비율을 줄이고 있었다. 현대차의 한 부사장은 "올 상반기부터 공채 대신 일정 기간 회사에서 일하게 한 후 성적 우수자를 뽑는 인턴 비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원 부사장은 공채를 줄이는 이유 중 하나로 다양성을 들었다. 그는 "요즘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열정 있는 사람뿐 아니라 끼 있는 사람과 같은 독특한 인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는 끼 있는 인력을 뽑을 때는 안 본다.

한 번 공채를 하면 수만 명씩 몰리는 삼성전자·현대차에서 스펙(Spec· 영어 시험 결과 등을 점수화한 성적)은 서류 심사에서도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는다. 현대차의 한 부사장은 "서류 심사 과정에서 학교·전공, 어학 점수 등을 감안할 수도 있지만 이 심사에서조차도 자기소개서 점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도전적 경험, 문화와 기술 변화에 대한 포용력, 빠른 적응력 등을 잘 표현하면 붙을 수밖에 없는 점수 구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원 부사장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예컨대 집안이 어려워 수년간 아르바이트를 50건 했다면 그건 남들보다 10년 더 산 경험이 있다고 삼성전자는 생각한다. 5000시간을 사회봉사에 몰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 인력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28% 선까지 올라왔다.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현대차도 올 상반기 공채에서 17%까지 여성 비율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