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BMW의 소형차 전문 브랜드 '미니'는 상의를 탈의한 근육질 남성들을 대거 모델로 기용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미니의 디자인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델 선정이었는데, 미니가 '작지만 힘센 차'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실제로 미니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존 쿠퍼 웍스'는 겨우 1.6리터(L) 크기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지만 최고 출력은 211마력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그랜저(HG240)'의 2.4L 엔진 최고 출력이 201마력인 점을 감안하면 미니가 엔진 크기는 작고, 힘은 더 세다.
미니가 그랜저보다 엔진도 작으면서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이 차에 장착된 '터보차저엔진'에 있다.
자동차 엔진은 연료와 공기를 혼합해 폭발시키는 힘으로 바퀴를 굴린다. 그랜저 엔진이 자연 상태의 공기를 그냥 받아들이는 데 비해 미니 엔진은 '압축기(컴프레셔)'에서 공기를 압축, 한 번에 더 많은 양을 엔진에 불어 넣어 준다. 일반 엔진이 밥공기에 밥을 성기게 담아 먹는 방식이라면, 터보차저엔진은 처음부터 꽉꽉 눌러 담아 많이 먹는 쪽이다. 엔진 크기가 작아지다 보니 연비에도 더 유리하다. 존 쿠퍼 웍스에 장착된 4기통 터보차저엔진은 일반 엔진 대비 연료 효율성은 15~20% 정도 향상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 정도 줄었다.
이처럼 많은 장점 덕분에 최근 출시되는 '다운사이징(엔진 크기를 줄인 모델)' 차는 대부분 터보차저엔진을 달고 나온다. 올해 3월 국내에 출시된 재규어의 고급 세단 'XJ'에는 이전 연식에는 없던 새로운 엔진이 탑재됐다. 바로 배기량 2L 크기의 터보차저엔진이다. 지난해까지 이 자동차의 가솔린 엔진 크기는 5L짜리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다. 엔진 배기량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으니 자동차의 힘이 약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L 터보차저엔진의 최고출력은 240마력으로, 5L 엔진의 385마력에 견줘 절반 이상이다. 엔진 크기가 작아진 것에 비하면 엔진 힘은 크게 줄지 않은 셈이다. 연비는 종전 7.6㎞/L에서 9.2㎞/L로 향상됐다. 엔진 크기보다 경제적 운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운전자들이 2L 터보차저엔진을 장착한 XJ를 선택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종전 'SM5'에 터보차저엔진을 탑재한 'SM5 TCE'를 지난달 출시했다. TCE라는 이름을 터보차저엔진의 영어 머리글자에서 따올 만큼 르노삼성차가 이 차 엔진에 거는 기대는 크다. SM5 TCE는 기존 SM5보다 엔진 크기가 줄었는데(2.0L→1.6L) 최고출력은 141마력에서 190마력으로 오히려 더 세졌다. 연비 역시 12.6㎞/L에서 13.0㎞/L로 약간 높아졌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재빠른 주행 감각을 원하는 젊은 운전자들이 SM5 TCE를 선호한다"며 "출시 이후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주문량이 900대를 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