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적의 선박이 화물을 싣고 북극해를 가로질러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항로가 열릴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8월 국내 해운회사의 선박이 북극 항로를 이용해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시범 운항을 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북극 항로 이용이 본격화하면 유럽과 미국과 교역 거리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거리는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현재 항로(2만㎞)보다 7000㎞ 줄어든다. 시간상으로는 열흘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부산―뉴욕도 파나마운하를 거치는 지금 항로(1만8000㎞)보다 5000㎞ 단축돼 6일 빨리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북극은 얼어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쇄빙선이 아닌 일반 상업용 선박은 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라 여름철에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항로가 생겼다. 7~8년 전만 해도 뱃길이 열리는 기간이 한 달뿐이었지만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올해는 4개월쯤 배가 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극 항로를 이용하기 위한 외교적·기술적 걸림돌은 없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해운회사들이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다.

북극해에는 유빙(流氷)이 떠다녀서 안전을 위해 화물선 앞에서 달리는 호위용 쇄빙선을 빌리거나 유빙에 견딜 수 있는 내빙선을 빌려야 한다. 이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 위험 부담 때문에 보험료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노르웨이·러시아 등 북극에 인접한 일부 국가 선박 40여척만 북극 항로를 통해 화물을 날랐다.

북극 항로의 경제적 효과가 어느 정도에 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세계적인 항만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한국·중국·일본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동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홍콩·싱가포르가 번성했지만 앞으로는 부산과 일본의 항구가 물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4월 "부산이 싱가포르를 대체하면서 북극 항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중국·일본도 조만간 북극 항로 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북극 관광 코스가 개발될 수 있고, 자원개발이나 해양환경 연구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김준석 해수부 해운정책과장은 "해운업계에서는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북극 항로를 개척하려고 한다"며 "러시아 쇄빙선을 싼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주선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