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등 일부 경제지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저성장 기조 장기화를 우려하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동산 대책, 기준금리 인하 등 잇단 경제 활성화 조치가 취해졌지만 아직 그 효과를 가늠하기 이르고, 대외적으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혹은 조기종료 가능성이 대외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각종 정책 효과를 감안해 2% 중후반대로 상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여전히 잠재성장률(3%대 중후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는 저성장 고착화의 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현오석 "1분기 성장률 반등했어도 올라오는 힘 약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오전 '경제ㆍ인문사회 연구기관들과의 간담회'에서 "1분기 성장률이 다소 반등했으나 회복 모멘텀이 약하다"며 "사상 유례없는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8% 증가, 8분기째 1% 미만의 성장률이 지속된 것에 대한 진단이다.

기재부가 이날 오전 발표한 '최근 경제동항(그린북)' 6월호의 경기 진단도 비슷했다. 그린북은 수출과 건설 투자 증가에도 유럽경제 회복 지연, 주요국 양적완화 리스크 등으로 소비ㆍ설비투자가 부진해 저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상목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힘이 미약하고 산업활동동향도 4월에 올랐지만 충분하진 않았다"며 "회복세는 예상대로지만 분야별로 모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0.8% 증가, 넉 달만에 늘어났지만 소매판매는 0.5% 줄며 한 달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또 설비투자는 전달보다는 4%, 전년 동기보다는 무려 12.4% 급감하는 등 지표가 고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형일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상반기 지표가 발표되는 7월이 돼야 명확한 경기 판단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판단을 내리기)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주춤해졌지만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지속해온 양적완화를 축소하거나 조기종료할 것이란 전망도 경기 판단을 주저하게 하는 대외 변수로 꼽았다. 기재부는 상반기 지표를 확인하기 전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완성해야 하는만큼 현 시점에서의 경기 판단에 대한 고민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 저성장 우려 계속 내비치는 정부 … 전문가들 "무리 안하고 3% 성장률 달성하면 긍정적"

기재부는 지난 4월부터 그린북의 정책 제언 부분에 '저성장'에 대한 우려의 문구를 삽입하고 있다. 지난 4, 5월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고 6월엔 '저성장세 지속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기 대비 0%대의 성장률이 지속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저성장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도 이날 간담회에서 "정책패키지 효과를 가시화하면서 저성장의 흐름을 끊는데 정책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해 올 초부터 추경 편성을 비롯해 4.1 부동산 대책, 투자 활성화 대책, 벤처 활성화 대책, 일자리 로드맵 등 잇단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 효과는 7~8월부터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앞으로 저성장세를 탈출할 만큼 경제가 반등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2% 중후반을 보이고, 내년에는 4%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근접했기 때문에 경기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무리 안하고 통상 3%대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올해 2% 중후반이라는 숫자 자체가 낮은 것"이라며 "전기 대비 계속 1% 미만의 성장률이 지속된다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효과가 완만하게 유지되려면 금융 쪽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임 실장은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을 통해 필요한 곳에 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게 하는 등 추가로 큰 걸 터트리기보다 기존 정책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