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우려 탓에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증시의 오르내림이 극심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올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코스닥도 이달 들어서만 7% 넘게 하락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코스피는 연초 대비 4% 가까이 하락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강남센터 PB부장은 "자산가들은 외국계 펀드의 매도 공세나 엔저(低) 악재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기업 실적 감소, 정부의 세무조사 등의 변수들 때문에 우량주 투자마저도 주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기증이 날 만큼 어지러운 장세에서 어떻게 투자 방향을 잡아야 할까. 주식시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펀드매니저들 역시 고민이 크긴 매 한가지다. 증시 변곡점에서 운용 전략을 수정 중인 펀드매니저들의 패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현금 확보, 대형주·배당주 투자가 그것이다.
◇"지금은 공격보다는 수비"
통상 펀드매니저들은 상승장이 예상되면 주식 비중을 늘리고 반대의 경우엔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다. 하지만 현금 비중을 크게 높여놨다가 주가가 급등하면 주가 상승 수혜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통상적으론 10% 안팎에서 조정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설정액이 2조원이 넘는 공룡펀드인 'KB밸류포커스펀드'를 운용하는 최웅필 펀드매니저는 이례적으로 펀드의 현금 비중을 21.9%까지 높였다. 작년 말만 해도 현금 비중은 5.4%에 불과했었다. 최 펀드매니저는 "연초 이후 주가 상승폭이 컸던 CJ CGV나 반도체 장비업체인 유진테크를 비롯해 스마트폰 관련 부품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을 했다"면서 "일단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조정이 오면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종목들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편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치 투자 중심,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이동
"예전엔 돌 20개를 들추면 그래도 가재를 두세마리 찾았는데, 지금은 100개 넘게 들춰봐야 겨우 하나 나오네요."(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한국밸류운용의 대표적인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최근 대형주 편입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작년 말만 해도 40% 안팎에 불과했는데 가격이 싸진 대형주를 많이 편입하면서 대형주 비중이 중소형주 비중을 역전(逆轉)한 것이다. 통상 가치주 펀드는 시장에서 소외받는 중소형주를 편입하는 것이 보통인데, 중소형주 가격이 많이 오르고 대형주가 지지부진하면서 대형주가 가치주 영역에 새로 진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부사장은 "자금이 유입되면 기업의 덩치와 상관없이 가리지 않고 사는데 최근 저평가된 기업들 중에선 대형주가 유독 많아 편입 비중이 높아졌다"면서 "지금 당장은 대형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주, 거품빼고 안전운행
배당주 펀드는 통상 배당 시즌을 앞두고 찬바람이 불면 수요가 몰린다. 그런데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 자금이 많이 몰린 유형은 배당주 펀드였다. 특히 배당주 펀드의 대표주자로 꼽하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자금이 몰려들어 설정액이 7000억원을 넘어섰다. 배당주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더 높게 배당하는 주식)가 이례적으로 급등하면서 수익률도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우선주에 집중 투자하는 신영밸류우선주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6%대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1위를 기록했다. 박인희 펀드매니저는 "배당주 펀드는 은행 예금 금리 두세 배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편안하게 투자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저금리·저성장과 맞물리면서 최근 과도하게 오른 감이 있다"며 "한국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배당으로 시선이 쏠릴 테지만 고평가 논란이 있는 배당주의 비중을 늘리지 않고 차익 실현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교체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