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승식(36)씨는 최근 일산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해당 아파트 건설사가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조건이 워낙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분양대금 일부만 내면 사는 동안 매달 100만원이 넘는 생활비를 지급해준다는 분양사무소의 말에는 본인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아파트 분양 시 중도금 이자를 건설사가 대신 내주는 일반적인 프로모션 수준을 넘어서, 돈까지 준다는 말은 쉽사리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 "집사면 돈 드립니다"

취득세 감면 기간이 이달 말로 끝남에 따라,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침체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취득세 감면 조치가 이달 말 종료되면 거래절벽(주택시장이 급속히 냉각돼 거래가 급감하는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취득세 감면으로 바짝 살아나던 거래가 세제혜택이 없어지면 거래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10만5975가구에 달했던 전국의 주택거래량은 올해 1월 취득세 감면 조치가 종료되자 2만7070가구로 급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이달이 미분양을 털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단지 전경

특히 현금을 주는 생활비 지급은 업계에서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두산건설이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서 분양하는 '일산 위브더제니스'는 3년간 살 경우 매달 170만원까지 생활비를 지원해준다. 분양대금의 22~25%를 납부하고3년간 살아보는 조건이다. 만약 3년 이후에 마음이 달라져 구매하지 않아도 납부한 금액은 전액 환불된다. 매월 받았던 금액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동부건설의 도농역 센트레빌은 계약일 기준으로 올해 9월부터 내년 9월까지 분기별로 230만∼80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자비를 대납해주는 것을 넘어서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은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만큼 건설업계가 어렵다는 것은 의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분양시장 신뢰 깨는 행동이란 지적도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분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수도권 지역 경우 대놓고 할인 분양에 나선 단지도 대거 등장했다.

서울 천호동 '강동역 신동아파밀리에' 주상복합아파트는 중도금 60% 전액을 무이자로 분양 조건을 완화했다. 또 분양가의 6∼20%까지 층별 할인을 적용하는 등 대대적인 할인혜택까지 적용했다.

일산 아이파크는 30%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고양 '래미안 휴레스트'도 최대 36% 할인을 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아파트 할인분양이 결국 분양시장의 신뢰를 깰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싼값에 할인분양을 받을 수 있는데, 청약통장을 쓰면서 제 값 다 주고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할인분양 아파트의 경우 먼저 분양받은 사람들의 반발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싼값에 미분양아파트를 산 것보다는 혜택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