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만든 은나노 소재가 박테리아를 잡아먹기 시작한 모습. KIST 제공

치명적인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을 골라 죽이는 은나노 소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 소재는 사용한 뒤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어 환경보호론자들이 우려하는 나노입자의 독성 문제도 해결해 향후 이용 전망이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우경자 박사팀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고광표 교수팀은 몸에 해로운 바이러스와 세균만을 골라 죽이는 은 나노입자들이 붙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구형소재를 만들어 영국 왕립학회가 내는 저널오브머티리얼스 케미스트리 7일자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은나노 입자가 해로운 바이러스와 세균들을 없애는데 효과가 있지만 환경에 노출되면 사람과 동물의 몸에 침투해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우 박사팀은 자성(磁性)을 갖는 마이크로미터 크기 입자 표면에 수많은 작은 팔을 만들어 지름 1~3㎚인 은나노 입자들을 그 끝에 매달은 뒤 30㎚ 크기로 키웠다.
고 교수팀은 이렇게 은 입자를 키운 소재를 이용해 병원성 대장균과 식물성 바이러스인 MS2의 제거를 시도한 결과 각각 99.9999%와 99% 이상 없애는데 성공했다.

실험에서 팔 끝에 달린 은나노 입자들은 이빨과 같은 역할을 하며 박테리아를 물어뜯었다. 소재 표면을 덮은 은나노 입자와 이온들은 또 주변의 바이러스를 빨아들였다. 은 입자는 박테리아 몸속의 칼슘과 마그네슘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이들 미생물의 표면에 강하게 달라붙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치명적인 식중독을 일으키는 지하수의 노로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다른 바이러스와 비슷한 제거 효과가 나타난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우경자 박사는 "지하수나 오염된 폐수의 유해 미생물을 없앤 뒤에는 자석을 이용해 한꺼번에 끌어 당기는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어 환경에 잔류할 가능성이 없다"며 "다른 병원성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후속 연구를 하면 공기청정기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