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은 3개월짜리 시한부 인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도는 말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은 성공했다 할지라도 그 전성기는 약 2~3개월 정도로 빨리 지나간다. 전국적으로 모바일 게임 열풍을 처음 이끌었던 애니팡, 그 뒤를 이은 드래곤 플라이트, 다함께 차차차 등이 그 예다. 지하철·버스·카페 등 언제 어디서든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애니팡을 하고 있었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시기가 지난해 9월이었다. 그 후로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아직까지 애니팡을 즐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짧은 수명을 가진 한국 모바일 게임은 회사 자체의 매출 감소 뿐 아니라 해외에서 모바일 게임 한류를 이끌어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모바일 게임이 미국, 일본 모바일 게임처럼 장수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캐주얼게임에서 벗어나 게임성을 높이고, 인기게임 베끼기에서 벗어나 각자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 유통을 독점하는 카카오톡 중심의 유통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기 모바일게임, 전성기는 고작2~3개월
30일 인터넷·모바일 조사기관인 랭키닷컴이 안드로이드 단말기 이용자 6만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했던 시기는 2012년 9월 5째주(9월 30일~10월 6일)로 주간 이용자수가 1355만명이었다. 그러나 5월 3째주(5월 19일~25일) 현재 애니팡의 주간 이용자수는 364만명으로 전성기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다음 열풍이 불었던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 플라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간 이용자수가 최대였던 시기는 지난해 11월 1째주(11월 4일~10일)로 1203만명이었지만, 현재는 154만명까지 줄었다. 그 밖에도CJ E&M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다함께 차차차'는 올해 1월 2째주(1월 1일~19일) 995만명에서 현재 286만명, 위메이드의 '윈드러너'는 2월 2째주(2월 10일~16일) 778만명에서 현재 306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앞서 언급한 4개 게임을 비롯해 최근 차세대 인기게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까지의 5개 인기 모바일 게임의 주간 이용자수를 그래프로 나타내보면 약 2~3개월간의 인기를 누린 후 점차 인기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성기가 짧게 끝나는 시한부 인생인 셈이다.
이처럼 인기 기간이 짧은 이유는 캐주얼게임이어서 게임성이 낮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캐주얼게임은 게임 이용 시간이 짧아 부담이 없고 작동이 쉬워 게임을 잘 즐기지 않았던 여성, 고령층 등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쉽게 질린다는 단점이 있다. 게임이 단조롭고 콘텐츠도 부족해서다.
또한 인기 게임 '짝퉁(카피캣)' 중심으로 고유한 게임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애니팡 역시 기존 PC게임에 이미 있었던 퍼즐 게임의 연장선상이며, 애니팡이 히트하자 애니팡과 비슷한 모양의 '팡'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레이싱 게임 다함께 차차차 역시 소니의 미니게임 표절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달리는 게임도 윈드러너를 시작으로 쿠키런 등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모바일 게임은 개발기간이 짧기 때문에 어떤 한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 곧바로 비슷한 아류작을 만들어서 쏟아내는 것이 게임업계의 현실"이라며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중소게임사를 비롯해 대형게임사들까지 모두 모바일 게임 사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는데, 개발 수준은 캐주얼게임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게임성 높이고 유통구조 개선해야
따라서 모바일 게임 흥행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캐주얼게임 및 짝퉁 게임에서 벗어나 게임성을 높인 미드코어 및 RPG(역할수행게임) 등으로 장르를 다양화하는 한편 차별화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이 지난해 여름 출시한 '클래쉬 오브 클랜즈(Clash of Clans)'과 '헤이데이(Hay Day)'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클래쉬 오브 클랜즈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게임 이용자들이 마을, 군용차 등을 만들어 전투를 벌이고 더 큰 부족을 이루는 전략 게임이며, 헤이데이는 농장에서 농작물, 가축 등을 기르는 농장경영 게임이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슈퍼셀은 2개의 모바일 게임으로 일 평균 240만달러(약 27억원)을 벌고 있다. 두 게임 이용자는 하루 평균 10번에 게임에 접속하며 일평균 방문자수도 850만명에 달한다. 두 게임은 게임 안에 소셜과 전략요소 등을 더해 캐주얼게임처럼 1~2분 플레이에서 끝나지 않고 20~30분 이상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일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퍼즐 앤 드래곤'도 예가 될 수 있다. 퍼즐 앤 드래곤은 RPG게임으로 지난해 2월 출시된 이후 11개월동안 최고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일본의 국민게임이 되었다. 이 게임은 단순한 퍼즐게임이 아니라 몬스터 전투, 육성, 수집 등 RPG요소를 결합시켜 게임 모양은 캐주얼하지만 게임 매니아도 만족시킬만한 요소를 넣었다. 또한 다른 게임 및 인기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닌텐도DS판 타이틀을 제작하는 등 타 플랫폼으로도 진출하면서 다양한 게임 이용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다.
아울러 수준 높은 모바일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카카오톡 독점 유통구조 개선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모바일 게임 제작사들은 게임개발을 한다고 해도 수익의 20% 정도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애플·구글스토어가 30%, 카카오톡이 21%, 퍼블리셔(게임사)가 20~30%정도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인화 이화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산업은 게임제작사보다는 유통사들이 돈을 버는 구조여서 중소게임사의 경우 퀄리티 있는 게임개발에 투자하기 힘들다"며 "따라서 장기적인 흥미(interest)를 자극하는 게임보다는 단순하게 점수를 올려 말초적이고 즉각적인 즐거움(fun)을 내지만 오래가지 않는 캐주얼게임 제작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게임업체도 퀄리티 있는 게임 제작하는 것을 노력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한 유통사업자가 유통플랫폼을 독점해서 게임제작사가 돈을 벌기 어려운 유통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