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아베노믹스가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걸림돌을 만나 주춤하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한 때 연 1.0%까지 치솟자 일본 증시는 이날만 7.3% 급락했다. 다음날(24일)도 0.89% 상승 마감하긴 했지만 장 중 한때 2%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장중 103.57엔까지 치솟은 이후 23~24일 이틀동안 2.32% 떨어지면서 24일 101.12엔으로 마감했다.

◆ 엔低 조정 들어가나‥한숨 돌린 한국 수출

분위기 좋던 일본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은 최근 일본의 국채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 달 초만 해도 연 0.6%를 밑 돌았다. 그러나 FRB가 예상보다 일찍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국채 매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고(채권 가격 하락), 이로 인해 일본의 국채 금리도 함께 올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3일 장중 한 때 연 1.0%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의 엔저 현상도 당분간은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빚을 내서 돈을 풀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일본처럼 빚이 많은 나라의 경우 이자 부담 때문에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하기 어렵다. 특히 대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권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그동안 엔화 가치 하락이 반년 넘게 쉼없이 달려왔다는 점도 조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엔화 가치는 단기간에 너무 많이 떨어져 이번 기회에 조정 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 지표의 실망감,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 등이 함께 어울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엔저가 조정 기간을 가질 경우 엔저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던 우리 수출 기업들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엔 달러 환율이 연평균 100엔이 될 경우 올해 무역수지는 15억 달러, 관광수지는 10억 달러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급격한 조정은 오히려 악영향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으로 일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경우 우리 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일본 은행들은 금리 급등에 따라 국채 평가손실이 커지면 해외 투자 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게 된다. 또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일본에 투자된 자금이 이탈하면서 엔화 가치는 더욱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조정이 너무 길어지고 지난 23~24일처럼 급격하게 움직일 경우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내 외국인 자금들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라며 “너무 급격한 조정보다는 현재 수준을 이어가면서 엔화가치가 더 떨어지지 않는 정도로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지역경제전망(Regional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우리나라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일본의 국채금리가 2%포인트 오를 경우 일본의 성장률은 2년 후 2%포인트 넘게 하락하고,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년 후 0.5%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엔저보다는 G2 경기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 전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한다.

엔화 환율이 지금 정도로 유지되면 우리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 경제가 살아나면 우리 수출이 엔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2007년까지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지속된 엔저 시대에도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우리에게 미친 악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일본이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정도로 추락하기 보다는 이 정도 선에서 지지부진한 것이 가장 좋다”라며 “엔저 보다는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인한 일시적인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축이나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이 우리에겐 더 큰 영향이다”라고 설명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ㆍ금융정책연구부장도 “엔저 현상은 개별 기업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경제 전체로 보면 GDP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며 “경제의 총량을 보면 환율 보다는 세계 경제의 수요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