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054780). 지하철로 이동하는 내내 '키이스트', '키이스트 스타'를 검색해봤다. 배용준, 김현중, 김수현, 최강희, 임수정, 정려원, 홍수현, 봉태규, 소이현, 김민서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들이 검색됐다. 이들은 모두 키이스트 소속의 스타다.

키이스트 소속 연예인들의 모습.

광화문에서 약 1시간 걸려 도착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키이스트 본사 앞. 건물 앞에 주차된 검정색 대형밴 차량을 보니 스타를 직접 만나게 됐다는 설렘이 증폭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하자 소속 스타들이 출연 중인 작품의 포스터가 전시돼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사무실을 찾아온 해외 팬들을 위해 스타에게 쪽지를 건넬 수 있는 '스타의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키이스틉 본사 입구에 있는 '스타의 나무' 한 일본인팬이 남겨둔 쪽지가 나무에 걸려있는 모습.

이 나무에는 얼핏 봐도 '욘사마(배용준)', '김현중' 등 스타 이름과 함께 별(★)과 하트(♥) 표시가 적힌 종이들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메모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태국어, 심지어 아랍어까지 쓰여 있었다. 다시 한번 한류의 위대함을 느낀 순간이다. 스타와 만난다는 긴장 탓일까, 뛰는 가슴을 누르고 키이스트의 문을 노크했다.

◆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연예인은 볼 수 없었다. 배우들이 커피를 마시며 대본을 검토하는 풍경을 상상했지만, 키이스트의 모습은 일반 직장의 사무실과 똑같은 분위기였다. TV속에 많이 등장하던 연습생조차 구경할 수 없었다. 욘사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아내와의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됐다.

연예기획사 키이스트 본사 사무실 모습. 일반 직장 사무실과 큰 차이가 없다.

신필순 키이스트 대표는 "회사는 비즈니스를 하는 공간으로, 스타의 경우 대부분 외부에서 활동하고 계약이나 작품회의 등이 있을 때만 가끔씩 들어온다"며 "팬들은 사무실에 오면 많은 스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큰 착각"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수장인 욘사마(배용준 회장) 조차 일주일에 한번 정도 들어온다니, 정말 운이 좋지 않고서는 사무실에서 스타를 만날 수 없다는 게 신 대표의 말이다.

'예비 스타'인 연습생조차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연습실이 다른 건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에 연습생이라도 보고 싶다고 생떼를 썼지만, 회사측 관계자는 연습실과 합숙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며 거절했다. 심지어 키이스트 직원들 중에서도 연습실의 위치를 아는 이가 적을 정도라고 한다.

스타를 상징하는 대형밴들이 주차된 모습.

때마침 회의 중이었던 외부 여성 손님도 비슷한 허탈감을 느꼈는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김수현씨는 없나요?"라고 물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스타없는 기획사, 직원들은 무엇을 할까?

그렇다면 '스타가 없는' 연예기획사 사무실의 직원들은 무슨 일을 할까? 사무실은 컴퓨터 클릭 소리, 일본말로 전화통화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했다. 하지만 사무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맞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머천다이징팀의 한 직원은 각종 액세서리 제품에 들어간 배우 김수현의 사진을 보정 중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만 팬에게 판매하는 김현중 현수막과 캐릭터 제품의 디자인이 한창이었다. 사업팀의 직원들은 일본어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DVD제작 수출과 관련해 일본 파트너사와 통화하는데 분주했다.

사무실 한편에 자리잡은 매니저실 소속의 직원들은 스타의 매니저 역할과 영업을 담당한다. 매니저실은 총 5실로 구분돼 1~3실은 스타 관리를, 4~5실은 신인 발굴 역할을 한다. 책상마다 스타의 팬레터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연예기획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무엇일까. 유명한 스타를 영입하고, 거액이 투자된 영화나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잡아 오면 되는 것일까? 신 대표는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유명한 스타를 영입한다고 해도 계약 조건이 나쁘면 회사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신 대표는 기획사의 꽃이 '위기관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인해 스타의 스캔들이나 사건사고 소식이 일파만파로 확대재생산되곤 하기 때문이다. 스타와 관련한 악소문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됐다. 최근 일부 소규모 연예기획사는 주력 연예인이 구설수에 휘말린 영향으로 사실상 영업 정지 상태가 돼버렸다. 국내 대표 MC로 거론되는 몇 명의 스타도 일인기획사를 운영하다가 최근 대형 연예기획사에 합류했다. 모두 다 전문적인 '이미지 관리'를 받고 싶어 대형사를 노크했다는 것이 엔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키이스트 회의실 모습. 회의실에는 소속 연예인들의 프로필 사진이 벽에 걸려있다.

신 대표는 이에 대해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팬이나 언론이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을만큼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위기 관리 기법인 시대가 됐다. 키이스트의 위기관리 전략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키이스트는 어떤 회사?

키이스트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지난 2004년 배우 배용준씨가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후 2006년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배씨를 포함해 스타 4명에서 출발했던 회사는 현재 임직원 30명을 넘어섰다.

신 대표는 "1~2년 전만 하더라도 투자자에게 전화가 오면 회장님의 스케줄을 묻는 등 욘사마의 활동이 투자자의 관심이었다"며 "하지만 소속 스타들의 인지도와 활동 덕분에 엔터 기업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키이스트 자회사 '콘텐츠K'의 입구 모습. 콘텐츠K는 드라마제작사로 드림하이, 학교2013 등을 제작해왔다.

키이스트는 현재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뿐만 아니라 드라마 제작∙수출∙유통을 담당하는 콘텐츠K와 일본 한류 전문방송 DATV를 소유한 디지털어드밴처(DA), 모바일게임 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콘텐츠N 등 3개의 자회사가 있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1000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것이 목표다.

신 대표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지난 2010년 영입돼 3년째 키이스트를 이끌고 있다. 그가 취임한 이후 3년 동안 키이스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4.6%, 650% 증가했다. 주가도 많이 올랐다. 올 들어서도 주가는 73.7% 상승했다. 24일 종가는1845원.

신 대표는 "드라마의 잇따른 흥행과 소속 스타의 인기로 일본내 콘텐츠 유통사업과 캐릭터 상품 판매 매출도 늘고 있다"며 "올해는 신인 발굴, 배우 영입, 아이돌그룹 음반 데뷔, 모바일게임 등을 통해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