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박종규(hosae1219@gmail.com)

당초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건설업이 가장 큰 혼란에 빠질 업종으로 지목됐다. 업종 특성상 매출 인식 시점이 들쭉날쭉해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건설사의 재무구조는 IFRS 도입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건설사가 완공 전에 아파트를 분양했을 때 공사 진척도에 따라 매출로 인식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IFRS의 부동산건설약정은 '건설사가 아파트 공사 완료 시점에 분양자에게 완전히 인도된 뒤 한꺼번에 수익을 인식해야 하는지, 공사진행에 따라 수익을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실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금까지 적용해 온 '진행기준'이 타당한지, '인도기준'으로 바꿔야 하는지 판단해야 했다.

이와 관련 완성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측은 아파트는 완공된 뒤에야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고객이 공사 중 설계 변경을 요청할 수도 없다는 점도 제시했다. IFRS 해석 상 공사 기간 중 아파트는 건설사 소유라고 판단한 것은 이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진행기준'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선분양 제도상 짓고 있는 아파트는 소비자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소비자는 한 번이라도 중도금을 내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고 분양권 매매로 공사 중인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기준을 따르면 건설사의 재무구조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진다. 예를 들어 한 건설사가 3000억원 규모 아파트 공사를 3년간 진행했다고 치자. 이 건설사는 2년 동안 매출이 없다가 3년째야 매출 3000억원이 생긴다. 반면 진행기준을 채택하면 매출은 공사비 투입액에 비례해 매출 3000억원이 3년에 걸쳐 고르게 인식된다.

건설사의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재고자산은 불어나 재무구조 악화를 피할 수 없다. 공사기간 중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은 선수금(부채 계정)으로, 투입된 공사비는 재고자산으로 분류되는 탓이다.

고민 끝에 실무·감독기관인 한국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원은 건설업계 손을 들어줬다. 대한건설협회가 분양공사 수익인식 방법에 관해 질의하자 한국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원은 연석회의를 열고 '한국 주택건설사업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진행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은 국제회계기준을 제·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단체인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C)의 판단을 거쳤다.

이에 대해 일부 회계 전문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IFRS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고 평가한다. 정운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IFRS 도입은 IASB가 만든 회계 기준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다. 수익인식 같은 중요한 기준에서 업계 입장을 반영한 것은 이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