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CJ그룹의 해외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이재현 회장이 계열사 이사직을 과도하게 겸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제일제당(097950)대표이사직을 겸임하고, 동시에 CJ시스템즈·CJ(001040)CGV·CJ GLS·CJ오쇼핑·CJE&M·CJ대한통운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외에도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CJ와 CJ제일제당의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너가 이사직을 겸임하는 것은 직접 회사를 챙기며 책임경영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지주회사의 경우 사업의 연관성이 있는 회사들의 이사직을 겸직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룹 내 장악력이 커지며 오너의 결정력과 그룹 내 통제력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내이사가 오너 등으로 채워지면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란도 불거진다.
국민연금도 3월22일 CJ와 CJ제일제당의 주주총회가 열렸을 당시 이재현 회장의 이사 선임에 대하 과도하게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겸임을 많이 하면 이사로서의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도 당시 이 회장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를 표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이 회장의 과도한 겸임으로 이사 역할을 충실히 못 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사직을 겸직하는 것은 CJ만의 상황은 아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파워텍·현대엔지비·현대건설 등 6개 계열사 등기 이사직을 정의선 부회장 역시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오토에버·현대엔지비 등 6개 회사의 등기 이사직으로 맡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건설·호텔롯데 등 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와 대홍기획·롯데리아·롯데알미늄 등 6개 계열사이 비상근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지만 등기이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삼성가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한 오너들은 회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
다만 오너가 등기이사에서 사퇴하는 것을 오너가 그룹 경영에 따른 책임과 때로는 법정에 서야 하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 자리에서 공식 사퇴했을 당시 회사 측은 "정 부회장이 신세계·이마트 등기이사에서 사퇴하는 것은 지난 2011년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신세계에 잇따라 닥친 악재 때문이라고도 해석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2월 초 자사 베이커리 계열사에 부당한 특혜를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한 직원들을 불법사찰한 의혹으로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신세계 이마트의 본사·지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약소기소됐다가 최근에는 정식 재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