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지난 14일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에서 열린 삼성의 토크콘서트 '열정락(樂)서' 강사로 나섰다. 입사 35년 만인 작년 말 사장에 오른 그는 "내 손으로 해양산업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30여년간 노력한 결과 사장에 오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삼성중공업 해양사업부 출신이다. 그가 해양사업부에서 일하던 1980년대 중반 해양파트는 거제조선소 내에서 기피 부서였다. 경쟁 조선업체보다 후발주자여서 격차를 좁히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육상 유전의 고갈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해양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 믿음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드릴십(drill ship)의 강자'로 부상한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순항하고 있다. 드릴십은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를 끌어올리는 심해저 원유 시추선. 삼성중공업은 1996년 이후 드릴십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다. 작년에 드릴십 9척을 약 49억달러에 수주하는 등 전체 수주 금액의 절반 이상을 드릴십으로 채웠다. 2011년에도 드릴십 10척을 수주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39척 가운데 58척을 수주, 시장 점유율 42%로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드릴십 수주 잔량만 20여척에 달한다.

드릴십 비롯한 해양플랜트에 주력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드릴십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후발주자가 1등이 되기 위해선 남과 다른 차별화가 필요했다.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벌크선, 컨테이너선에 주력했던 10년 전부터 고수익 사업인 드릴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건조 경험을 축적한 것이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삼성중공업 직원과 선주사 직원들이 드릴십의 드릴링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매출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조선업계가 휘청거렸던 지난 1분기에도 매출 3조8879억원, 영업이익 4402억원, 당기순이익 300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34%, 당기순이익은 18.9% 증가한 '깜짝 실적'이다. 회사 측은 "수익성이 좋은 드릴십을 비롯해 해양부문 건조 물량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삼성은 1위 수성(守城)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조선업 주력이 선박에서 해양플랜트 분야로 이동하는 변화에 발맞춰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고, 해양 엔지니어링 능력을 확보해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2011년 말 조선과 해양으로 분리돼 있던 설계 기능을 통합한 데 이어 작년 연말에는 생산 부문도 조선·해양 융합 조직으로 재편했다. 또 지난해 영국 해양설비 엔지니어링 회사인 AMEC사와 함께 설립한 해양 엔지니어링 합작회사를 해양플랜트 상부설비와 상세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아프리카와 북해 지역에서 발주되는 해양 설비 수주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LNG선 수주에도 집중

선박 시장에선 고수익 분야인 LNG(액화천연가스)선 분야를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1996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374척 가운데 108척을 수주했다. 현재 시장 점유율 29%로 세계 1위다. 올해에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12척 가운데 9척을 삼성중공업이 수주,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는 중국 조선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주력해야 한다"며 "LNG선과 대형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해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15조원 규모인 연 매출을 2020년에는 31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이뤄낼 양대 축이 해양플랜트와 LNG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