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올해 상반기 중간 실적 점검을 마친 나 사장의 마음은 심란하기 짝이 없다. 올 초부터 야심 차게 시도했던 마케팅 전략의 성과가 최악이기 때문이다. 큰돈을 들여서 컨설팅 회사의 조언도 받았고,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전 검증도 했다. 완벽한 전략이라고 자부하고 기대가 컸던 만큼 직원들 역시 전략이 계획대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했고, 특별한 실수도 없었다. 실행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가 도대체 뭘까?

◇해결책

기업들은 경영전략을 세울 때 가장 뛰어난 인재를 투입시키고, 굴지의 컨설팅 회사에 자문하는 등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공들여 만든 경영전략의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이 1996년부터 10년간 500대 기업들의 경영전략을 조사한 결과, 목표 달성에 성공한 전략은 25%밖에 되지 않았다. 2006년 매킨지에서 실시한 비슷한 조사에서도 전략 실패 확률이 60%를 넘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때 중요한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소개한 '실패하는 전략의 공통점'들을 통해 알아보자.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①첫째, 실패한 전략은 고객 만족이 아닌 경쟁사를 이기는 데 초점을 둔다

패스트푸드 업계 1위인 맥도널드는 2위인 버거킹과 1950년대 설립 이래 버거 전쟁이라고 불리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맥도널드가 본사에서 매장을 먼저 운영한 후 가맹점주에게 장기 임대하는 전략을 쓰면, 버거킹은 정확히 반대로 갔다. 가맹점주를 먼저 모집하고,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맥도널드가 '고객의 주문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라고 광고를 하면, 버거킹은 '어떤 주문도 즉시 소화할 수 있다'라는 콘셉트로 광고했다. 심지어 맥도널드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광고를 내보낸 적도 있다. 신제품 역시 마찬가지. 버거킹이 99센트짜리 세트를 내놓으면, 맥도널드는 1달러짜리 세트를 내놓아서 대응하는 식이었다.

이런 경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두 회사 모두 갈수록 매출이 떨어졌다. 웰빙 바람으로 사람들은 몸에 좋지 않은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도널드와 버거킹은 오직 서로를 누른다는 생각으로 햄버거 하나에만 집중했고, 소비자의 변화는 읽지 못했다. 결국 업계 1위인 맥도널드는 2011년 웰빙 샌드위치 전문점인 서브웨이에 매장 수에서 밀렸고, 버거킹은 2위 자리를 웰빙 버거를 앞세운 웬디스에 내주어야만 했다. 이처럼 경영전략을 세울 때는 경쟁사에 집착하느라 고객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전략의 성패는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이 결정해 주기 때문이다.

②실패한 전략의 둘째 특징은 미래의 고객을 보지 못하고 현재 고객에게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PC업체인 델은 유통과정을 줄여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20년간 세계 PC 시장을 지배했다. 그런데 2006년에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1위 자리도 휼렛패커드(HP)에 빼앗겼다.

델이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주요 고객이었던 저가(低價) 데스크톱 사용자에게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선 인터넷처럼 이동 중에도 PC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상용화되자 컴퓨터의 활용도는 이전보다 크게 넓어졌다. 고객들도 비싸더라도 무선 인터넷을 원활하게 쓸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를 원했다. 하지만 델은 이런 트렌드를 외면했다. 그리고 오직 싼 컴퓨터를 만드는 일, 즉 기존에 제공하던 가치에만 집중했다. 이런 행동은 잠재 고객을 끌어당길 수 없게 만들었으며, 취향이 바뀐 기존 고객들마저도 놓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현재 고객에게만 집중하면 결국 시장을 잃게 되거나, 잘해봐야 현상 유지를 할 뿐이다. 전략을 세울 때는 항상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③셋째 실패 원인은 장기 전략을 세워 놓고 단기 수익에 눈이 멀어 전략의 방향을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미국의 보험회사인 세이프코(Safeco)는 1980년대에 들어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웠다.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고, 보험업에 집중하며, 매년 적게나마 반드시 순이익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안전을 추구하며 천천히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 보험업계가 큰 호황을 맞이하자 세이프코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주주들은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길 원했다. 주주들의 요구처럼 공격적인 경영을 하면 분명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보였다. 결국 세이프코는 눈앞의 수익에 눈이 멀어버렸다. '안전'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금융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이프코는 성공했을까? 아니다. 처음 몇 년 동안 반짝 성장을 했을 뿐, 금세 몰락해 버리고 말았다. 90년대 중반, 금융업 전반에 불황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M&A(인수·합병)를 하느라 돈을 다 써 버렸던 세이프코는 경영난에 빠졌고, 1997년부터 3년 만에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는 비극을 맞았다. 물론 전략이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고객, 유통망에 큰 변화가 생겼다면 장기 전략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기 수익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장기 전략은 더 넓은 안목으로 끈기 있게 밀고 나갈 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