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의료사고를 당했어요. 정부가 지정한 곳 아닌가요?"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은 A씨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양악 전문병원이라고 해서 믿고 찾았다가 수술이 잘못됐다며 항의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에게 물어보니 네이버에서 보여준 양악 전문병원을 찾았다가 피해를 본 것이었다"면서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는 의료기관의 실력이 아니라 광고비의 액수에 따라 병원검색의 순서를 매기는 바람에 환자들이 의료사고를 당하거나, 고가의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광고비를 내면 일반병원도 전문병원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를 일삼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네이버에 키워드 검색 광고를 개선해 더 이상 의료법을 위반하는 광고 행위가 없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소비자가 '라식 전문'이나 '라식 전문병원', '코골이 전문'이나 '코골이 전문병원' 등을 검색했을 때 특정 병원을 노출시켜주는 키워드 검색 광고를 중단하라는 뜻이다.
복지부는2011년 11월부터 특정질환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전문으로 지정하는 전문병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의료서비스 외에도 인력•시설•장비•교육 수준 등을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 21개 분야에 99개 전문병원이 지정돼 있으며, 내년에 다시 평가 심의를 거쳐 새롭게 지정된다.
이외 전문병원으로 지정 받지 못한 병원은 특정질환에 대해 전문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한 우수기관만 3년간 전문병원이란 명칭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키워드 검색 광고는 전문병원을 검색해도 실제 지정을 받은 전문병원이 아닌, 광고비를 낸 가짜 전문병원을 노출시켜왔다. 네이버는 특히 검색 결과값에는 전문이란 단어를 노출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의료법 위반을 교묘하게 피했다.
이 같은 광고로 단속은 피하면서 환자를 모을 수 있자, 많은 비전문병원이 네이버에 광고를 게재했다. 그 결과 의료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광고비는 과잉진료 등의 형태로 환자에게 전가돼왔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우리 병원은 키워드 검색 광고비로 매달 네이버에 3000만~4000만원을 내지만 다른 병원에 비하면 정말 조금 쓰는 편"이라며 "주변 다른 병원들은 1억원 안팎을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키워드 검색 광고비는 '전문', '전문병원', '쌍꺼풀수술' 등 지정하는 키워드에 따라 다르게 책정돼있다. 비용을 많이 낼수록 네이버 사이트 상단에, 더 자주 노출되도록 설정해놨다.
의료계에 따르면, 키워드 검색 광고비를 내는 성형외과는 매달 평균 4500만~1억원을 지출해왔다. 정형외과는450만~3700만원, 산부인과는 700만~2000만원, 안과는 3500만원, 치과는 2000만~3000만원 수준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질환을 검색해 노출된 병원을 소비자가 클릭하면 광고비를 받았다. '허리 디스크'와 '퇴행성 관절염'처럼 환자들이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는 클릭 한 건당 1만5000~2만원을 받았다.
정부가 의료기술과 서비스 질을 기준으로 지정한 실제 전문병원이 있음에도, 소비자에게는 포털에 많은 광고비를 지불한 가짜 전문병원 정보가 제공된 셈이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는 이 같은 문제를 복지부와 네이버 등에 수 차례 민원으로 제기해왔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포털 광고로 전문병원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각 포털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전문병원 광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보내 시정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그러나 '전문병원'이란 키워드 값을 구매한 곳만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병원이란 키워드를 사는 곳은 거의 없다"며 "사실상 '코골이 전문', '쌍꺼풀수술 전문' 등은 그대로 광고를 지속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네이버는 복지부의 시정 요구를 받고도 구체적인 유권해석을 달라며 병원들의 광고비를 받아 챙겼다. 급기야 전문병원협의회가 의료법을 위반한 불법 키워드 검색 광고를 지속할 경우 네이버를 사법기관에 고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나섰다.
실제 법적 분쟁에 다다르자 네이버는 뒤늦게 지난 16일 복지부의 가이드라인과 유권해석에 따라 비전문병원의 광고에서 전문이란 키워드를 사용하는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처음부터 지켰어야 할 정부 제도를 지키지 않아 담당 부처가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지 6개월이 넘은 시점에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전문병원 광고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논란이 있어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라며 "일부러 중단 시기를 늦춘 게 아니다"고 답했다.
정흥태 전문병원협의회장은 "그동안 키워드 검색 광고로 많은 환자들이 잘못된 의료정보를 얻는 피해를 입었다"며 "광고 수익 때문에 의료법을 외면했던 포털을 앞으로도 계속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