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개업의사 A(48)씨. 그는 직업에 어울리는 프리미엄카드를 원해 한 카드사에 문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고객님께선 카드 발급이 불가능합니다"였다. 평소 의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A씨는 이해할 수 없어 카드사에 물었더니 소득에 비해 대출이 너무 많아 가처분소득이 마이너스 상태여서 규정상 발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 1년 전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에 판사로 임용된 B(30)씨. 그는 최근 근처 은행을 찾았다가 '혜택이 좋다'는 말에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하지만 며칠 후 당황했다. 심사에서 반려돼 카드 발급이 거절당했다는 것이었다.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시절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대출을 많이 이용한 것이 문제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판사나 의사, 고위공무원, 대기업 임원 같이 신분이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신용등급 6등급 이상,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이상'의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의외로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이상' 조건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중 담보대출을 몇억씩 쓰고 있는 사람은 규정에 따라 가처분소득이 50만원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대출이 많으면 카드 발급이 거의 어려워 심사도 넣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우스푸어까지 가지 않더라도 집을 사느라 받은 대출이 많아 상환액과 이자 등을 뺀 가처분소득이 월 50만원이 안돼 직업이나 평소 금융거래와 관계없이 신용카드 발급이 막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A씨의 경우 병원을 개업하면서 빌린 대출이 발목을 잡았다. 개인신용등급 2등급인 A씨는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에서 25억원을 대출받아 병원 보증금과 인테리어, 의료기기를 마련하는 데 썼다. 신용정보회사가 규정에 따라 산정한 A씨의 연간 채무 원리금 상환액은 4억원인데, 지난해 연소득은 3억원이었다. 이자만 갚는 비중이 높아 실질소득이 있더라도 신용카드사가 평가한 가처분 소득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와 카드사의 건전성을 위해 카드 발급은 엄격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직업에 관계없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 발급이 안 될 정도면 사정이 어찌됐든 위험한 사례"라며 "신용카드도 결국 부채라는 것을 인식하고 스스로 재무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