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네이버(NHN(181710))가 영국령 케이먼제도에 설립했던 법인의 청산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먼제도는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가 없는 '조세 피난처'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조세 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배경에 다시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04년 중국 게임업체인 아워게임을 인수하며 케이먼제도에 설립했던 NHN글로벌(NHN Global Ltd.)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NHN글로벌은 자회사인 아워게임을 실적 부진으로 2010년 이미 매각했으며, 자산 없이 이름만 남아있는 상태다. 작년 말 188억원에 달했던 NHN글로벌의 자산은 현재 한푼도 남아있지 않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지역에 법인을 설립한 배경에 대해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건 쉽지 않았고, 향후 미국 증권거래소(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목적으로 미국과 동일한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케이먼제도에 회사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스닥에 직접 상장하는 데는 제약이 많이 따르며, 중국 바이두같은 인터넷 업체들 상당수가 케이먼제도를 거쳐서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덧붙였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케이먼제도는 3개의 섬으로 이뤄진 영국령 제도다. 법인세·개인소득세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과세를 하더라도 아주 낮은 세금을 적용함으로써 세제상의 특혜를 부여한다. 또 외국환관리법과 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기업 경영의 장애요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 대형 은행과 상장기업, 헤지펀드와 정치인들이 조세 탈피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검색엔진 3위 업체인 바이두닷컴과 알리바바 등 인터넷 회사들도 케이먼제도에 역외 기업을 설립해 조세 혜택을 받았다. 이 업체들은 케이먼제도에 역외 지주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대출받거나 투자를 받아 중국내 자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바이두는 2005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알리바바도 최근 나스닥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네이버도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케이먼제도에 회사를 세웠다고 보고 있다. 납세자연합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설립 목적이 정확히 어떤 것인 지는 알 수는 없으나, 조세 회피나 절감 혜택을 얻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한국은 2011년부터 국제 회계기준을 채택하고 있어 미국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회계상의 문제로 케이먼제도를 택했다는 설명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네이버의 설명대로라면 미국에 법인을 두면 되는데, 궁색한 설명으로 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