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원래 캠핑용품을 싣고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위해 개발됐다. 태생부터 세단의 안락함과는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따라서 약간의 소음과 진동은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 웬만한 캠핑장은 입구까지 포장도로가 연결돼 있고, SUV라도 비포장 도로보다 도심을 달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 강력하지만 시끄러운 엔진에 큰 바퀴, 각진 디자인으로 상징되는 정통 '오프로더(비포장 도로 전용 차량)'들이 날렵한 디자인의 도시형 SUV에 점차 설자리를 내주고 있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도요타의 'RAV4'는 도시형 SUV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차다. 최근 도요타가 출시한 4세대 RAV4를 14일 시승해봤다.
◆ 6단 변속기&스포츠 모드, 쾌적한 주행감
시승은 서울 서초동 도요타전시장에서 출발해 충남 태안을 돌아오는 왕복 400여km 구간에서 이뤄졌다. RAV4의 시동을 걸면 요즘 유행하는 디젤 SUV와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독일 디젤 SUV를 타면서 "이 정도면 조용하네"라고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이, 엄격하게 말하면 "디젤 차 치고 조용하네"였던 것을 상기하게 만든다.
RAV4는 2.5리터(L)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요즘 유행하는 디젤 SUV와 비교하면 정숙성과 안락함에서는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시속 50~60km 이내 저속 주행까지도 이 같은 특성은 유지된다. 서초동을 출발해 고속도로로 접어들기 전까지 디젤 세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정숙했다. 다만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엔진음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실내로 소음이 많이 유입된다. 고속도로가 아닌 도심을 중심으로 운행한다면 주행 만족도가 훨씬 높을 것 같았다.
이전 RAV4가 가족 레저만을 위한 차였다면 4세대 모델은 주행 특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RAV4는 이번 모델부터 6단 변속기와 드라이브 모드(스포츠·에코) 스위치를 처음 적용했다. 기존 모델까지는 한 단계 낮은 4단 변속기에 드라이브 모드를 설정할 수 없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놓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6단 변속기와 조합돼 쾌적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는 똑같은 정도로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의 분당회전속도(RPM)가 더 빨리 오르면서 디젤 엔진과 같은 초반 응답속도를 낸다. 다만 스포츠 모드로 계속 운행하면 연비에서는 손해를 보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 무난한 디자인, 아늑한 실내
도요타는 RAV4를 기대주로 꼽고 있지만, 사실 RAV4의 외관 디자인은 약간 심심했다. 레인지로버나 지프 같은 독특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고, '투싼ix'처럼 감각적이고 아담한 사이즈도 아니다.
앞 모습은 닛산 SUV '무라노'와 비슷하고, 옆모습은 기아자동차(000270) '스포티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일반적인 디자인이다.
내부 디자인은 바깥보다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두 가지 색깔의 인조가죽을 이용해 마감처리를 해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아늑한 느낌을 준다. 운전석에 앉으면 앞유리 아래쪽을 수평으로 깎아 시야가 훨신 탁트인 느낌을 준다. SUV 특성상 운전석도 약간 높아 초보자도 운전하기 편할 것 같다.
◆ RAV4가 도시형 SUV의 조상인 이유는?
RAV4를 도시형 SUV의 효시로 꼽는 이유는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이 차는 SUV 중에는 처음 '모노코크' 방식으로 제작됐다. 모노코크 방식의 차는 차 바닥과 정면·후면·측면 등의 몸체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것을 뜻한다.
RAV4 이전의 SUV들은 알파벳 'H' 형태의 굵은 쇠기둥(프레임)을 눕혀 놓고, 그 위에 엔진·변속기 등을 얹는 게 보통이었다. 지금도 '랭글러' 같은 비포장도로용 차는 프레임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프레임을 이용하면 차가 한결 튼튼하고, 웬만한 사고에도 차체 변형이 생기지 않지만 차량 무게가 무거운 게 단점이다. RAV4는 SUV로는 처음 단단한 프레임을 포기하고 모노코크 방식을 택했다. 차의 강성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차체가 가벼워지면 주행감이나 연비 등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RAV4의 연비는 4륜구동이 1L 당 10.2km, 2륜구동 모델이 11km다. 기대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측정된 실 연비와 격차가 거의 없었다.
이 차의 가격은 4륜과 2륜 모델이 각각 3790만·32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