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택배 회사인 CJ대한통운 일부 택배기사들의 운송 거부 문제가 점점 확대하고 있다.

500여명의 택배기사로 구성된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부터 수수료 인하와 페널티 제도를 반대하며 운송 거부에 들어가자, 한국노총 산하인 CJ대한통운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외부 세력은 택배기사들의 배송 방해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14일에는 CJ대한통운 전국택배대리점장들이 서울 도화동 CJ대한통운 중구지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분 없는 배송 거부를 중단하고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비대위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서울 세종로 CJ대한통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CJ대한통운 측이 즉각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대한통운이 CJ GLS와 통합하면서 880~950원이던 건당 배송 수수료가 800~820원으로 인하돼 택배기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무단 배송과 욕설 등 10여개가 넘는 페널티 부과도 문제로 삼았다.

반면 CJ대한통운 측은 "통합으로 운행 면적이 줄어들어 택배기사의 수익성은 연말까지 40% 이상 올라간다"며 "택배기사 수입이 통합 이전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금전적 페널티도 폐지한 만큼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 1상자당 택배기사 600원 받아

택배 업계에서는 이번 CJ대한통운 사태가 국내 택배 업계의 치열한 경쟁 환경과 터무니없이 낮은 택배 단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14일 택배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1㎏ 미만의 택배를 보낼 때 소비자가 내는 요금은 평균 4000원. 이 돈은 상자 수거(집화) 택배기사 수수료 1200원(30%), 도착지 배송 택배기사 수수료 1000원(25%), 분류 인건비 300원, 차량 운송비 250원 등으로 쓰이고 택배회사 영업이익은 230원(5.7%)에 불과하다.

택배회사 전체 물량의 95%를 차지하는 기업 물량의 경우 수익 구조가 훨씬 취약하다. 기업 물량 택배 단가는 개인 물량의 반 토막 수준인 건당 평균 2200원. 여기에 집화 택배기사 수수료 330원, 배송 택배기사 수수료 880원, 운송 단계별 비용 920원이 지급되고 나면 택배회사 이익은 70원 수준이다. 배송 택배기사의 경우 건당 880원의 수수료를 받아도 여기서 다시 유류비, 보험료, 통신비, 차량 할부금 등을 빼고 나면 택배 한 상자당 676원 정도를 손에 쥐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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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택배 시장과 떨어지는 택배 단가

국내 택배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택배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내 택배 시장은 홈쇼핑·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팽창과 맞물려 2009년 2조7200억원에서 지난해 3조5200억원으로 매년 3000억원씩 늘고 있다. 그러나 택배를 이용하는 기업은 저가(低價) 입찰을 통해 택배회사를 정하기 때문에 단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단가 하락이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2000년 택배 업계 평균 단가는 3500원이었지만, 2010년 2505원으로 10년 동안 1000원 가까이 떨어졌다. 택배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 택배의 경우 2200원 수준이다. 택배 업계 2위 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가 지난 1월 택배비를 최소 500원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택배비를 주는 회사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어서 업계에서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택배 단가는 미국 1만원, 일본 7000원, 중국 3300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며 "택배법을 제정하고, 표준운임제 도입 등을 통해 단가를 높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현실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