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예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9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기도 전에 국민·우리·농협 등 주요 은행에서는 예금 이탈이 이어졌다.
14일부터 일부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정기예금 금리를 낮췄다. 영업점 비용을 줄여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던 다이렉트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하락하면서 은행권에서 최고 연 3%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은 사실상 사라졌다. 저축은행들도 예금 금리 인하에 나섰다.
◆ 은행 정기예금 금리 연 1%대까지 추락…3% 금리는 사라져
HN농협은행은 이날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2%에서 1.95%로 떨어지면서 연 2%대가 무너졌다. 적금 금리도 가입 기간에 따라 0.3~0.4%포인트씩 낮아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금 상품 금리를 낮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이날 16개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0.2%포인트 내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는 2.4%에서 2.3%로 낮아졌고 6개월 미만 예금 금리는 0.2%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은 지난달에도 정기예금 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2%포인트 인하했다. 이날부터 우리은행의 15개 적금 상품 금리도 모두 0.2%포인트씩 하향 조정됐다.
그나마 은행 정기예금 중 연 3%대 금리를 줬던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정기예금도 연 2% 금리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은행의 'KDBdirect 하이(Hi)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이달 초 연 3.4%에서 3.15%로 인하된 후 이날 2.95%로 또 떨어졌다. 'KDBdream 정기예금' 금리도 지난달 말 연 3.15%에서 이날 2.80%까지 내려갔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8개 정기예금 상품 중 현재 연 3% 금리를 주는 상품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하나뿐이다. 나머지 상품은 모두 연 2%대의 금리를 주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고금리를 자랑하던 저축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꾸준히 낮추면서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전날 동부저축은행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낮추는 등 전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16%까지 떨어졌다(저축은행중앙회 집계). 이는 연초 대비 0.3%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준이다. 예성·예한솔·예주 등 7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2%대 중후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 저금리에 은행 예금 이탈 가속화될 듯
저금리로 인해 은행 예금에서는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연 2%대 예금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금리는 거의 제로 상태다. 조만간 마이너스 금리의 가능성도 농후해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금리가 연 2.5%로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일 108조16억원에서 13일엔 107조6231억원으로 3785억원 줄었고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의 잔액은 각각 1207억원, 825억원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3개월 연속 감소한 상태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4조2000억원, 1조7000억원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1조2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이 수익 악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예금 유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 담당 부행장도 "요즘 은행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예금을 끌어올 이유가 없다"며 "예금 금리 하락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예금에 대해서도 굳이 잡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장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 이자로 먹고사는 은퇴 후 이자 생활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금감원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 이자가 1조68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을 이미 받았거나 새로 받으려는 사람들은 갚아야할 이자가 줄어 여건이 좋아지지만 퇴직자 등 은행에서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하다"며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면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노년층이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입력 2013.05.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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