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하던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심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속전속결으로 사과를 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토요일을 앞둔 심야에 홍보수석이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4문장의 짧은 사과문을 내놓는데 그쳐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심야 사과문 발표를 혹평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날 밤 긴급브리핑을 통해 "먼저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며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드렸고 그 즉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미국 측의 수사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수석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이번 방미일정 막판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나 안타깝고, 이번 방미를 성원해주셨던 국민 여러분과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사과문 발표 직후 "국민들이 기다렸던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의 첫 반응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절하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참담한 사건에 충격을 받은 국민들에게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이번 일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할 청와대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이 홍보수석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한다'고 했는데, 국민 반대를 무시하고 '오기인사'를 한 대통령도 이 사건에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며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지 청와대 홍보수석한테 사과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사건을 개인 문제로 호도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자세로 국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당초 박 대통령의 귀국 이후 곧바로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뒤 긴급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밤 10시 30분쯤 공개 브리핑 계획을 철회하고 비공개로 출입 기자에게 사안을 설명한 뒤 사과문만 발표했다.

청와대의 심야 사과문 발표는 이번 사안을 박 대통령이 매우 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방미 성과가 그대로 묻히는 것은 물론 자칫 꾸물대다가는 새 정부 초반 '인사파동' 논란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부터 정부 구성 과정에서 12명이나 낙마하며 큰 상처를 입은 채 출범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구성 이후에도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 강행 등으로 한동안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해 이번 윤 전 대변인의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서둘러 사과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이 완성돼 수정이 힘든 심야에, 그것도 여론의 관심이 떨어지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홍보수석이 4문장의 짧은 사과문을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밝힌 것이라 다시 한번 진정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